엄마가 문자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김채윤이 옆에 와서 '또 누구한테 편지를 써?'
'응~ 지난 번에 만났던 전도사님'
'그러니까 누구 전도사님?'
설명하기가 복잡하다고 생각이 돼서 대충 넘어갈까 하고...
'응~ 있어. 엄마 선생님이신 전도사님이거든'
'아~하, 지하철 전도사님?'
푸하핫! 누구게요? 지하철전도사님은...
자수하세요!

200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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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2

아침, 병원에 가는 길에 채윤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가기로 했다.
채윤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내려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앞에 엠블런스 한 대가 서 있고, 그 안에 채윤이 또래의 아이가 타고 있었다.
채윤이는 왜 병원 차가 여기 와 있느냐,
쟤는 왜 그 차에 탔느냐 이것저것 물어왔다.

그러더니 갑자기 손잡고 가자고 한다.
채윤이 손을 꼭 잡자 채윤이가 이런다.

"아빠, 난 아빠가 의사선생님이었으면 좋겠어.
우리 아빠가 의사선생님이면 정말 멋질 거 같아."
"아빤 의사선생님이 될 수 없어"
"아이~잉, 아빠가 의사선생님 되면 정말 멋질 텐데..."

싱숭생숭하다.
난 내내 채윤이가 이담에 커서
과연 아빠를 자랑스러워할까 하는 문제를 갖고 고민이다.
내 직업, 내 일, 내 젊은 날, 내가 이룬 성과, 내 성품, 내 신앙...

떡방앗간 하는 아버지가 한때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나의 어떤 모습을 부끄러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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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를 '매'로 다스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정~ 말로 안 통할 때는 정말 아프게 한 대 때려주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
물론 흥분하지 않고, 분풀이로 때리는 것이 아니라 가장 차분해진 상태에서, 현승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는 곳에 가서 때리는 등의 원칙을 가지고 때렸다.
헌데....
'매'로 다스린 지가 얼마나 됐다고.....

오늘도 김채윤과의 전쟁없이는 하루가 가지 않는다.
계속 감정 정리를 못하고 울면서 따박따박 말대꾸 하길래 일단은 매를 갖다 놓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흩어진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엄마가 얘기할려고 그러거든. 울음을 그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울음을 그치고 말 해. 엄마는 지금 채윤이랑 얘기하려고 하는거야'

'그래요. 나두 얘기할거야. 엄마랑 얘기 할건데 오늘은 엄마가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내가 말을 많이 할거야(자기도 나름대로 억울한 게 많으니 무조건 훈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말을 하는데....말은 좋은데(그러니까 엄마랑 대화까지는 좋다 이거지) 때리지는 말라구. 엄마가 맴매 하는 거 나는 진짜 진짜 싫다구. 말로만 하자구.(갑자기 울음이 복받치면서) 왜애? 엄마는 말도 하고 때리기도 하는데 나는 말만 하는 거냐구? 그러니까 이제부턴 때리지는 말고 말만 해. 엄마가 빨리 엉덩이 때릴 때 나 진짜 싫고 마음이 속상해....엉엉...'

중학교 2,3학년 쯤 돼서 '엄마 아빠! 이제 때리지 말고 말로 하시죠. 저도 다 컸잖아요' 이렇게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나오면 '미안하다. 이젠 때리지 않고 말로하마' 이럴 수 있는 것이고...
너무 빠른 것 아니냐고

200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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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 있는 대부분의 시간에 노래를 하는 채윤이.
무수한 즉흥 노래들이 피었다가 사라지는데....
채윤이 노래 부르는 사이 얼렁 받아 적고 악보를 그려서 작품 하나를 남겼습니다.
여덟 마디의 완벽한 구조를 가진 노래입니다.^^
2004/12/28
2004/12/28

지난 주 어느 날 아침.
시집살이에 지쳐서 몹시도 히스테리컬해진 엄마.
유치원 방학이 시작되는 아침이라서 눈 뜨자마자 '나는 하루 종일 심심해서 어떡하냐'고 징징대는 채윤.
몇 번의 경고에도 계속해서 징징거리고 돌아다니는 채윤.
결국, 엄마의 히스테리 발동.
김채윤 방으로 끌려 들어가다.

채윤이를 혼내다 말고 이런 저런 설움에 겨워 엄마가 울고 말았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말았다.
'너 자꾸 이러면 엄마 오늘 나갔다가 집에 안 올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아빠하고 살어'

이건 완전히 제대로 된 협박이 되었다.
김채윤 완전히 충격 받아가지고 '엄마 엄마 잘못했어요. 한 번만요......안 그럴께요. 안 징징거릴께요'
하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따지는 말.
'네? 엄마~아, 한 번만 용서해주라구요. 어떤 때는 생각을 잘못 할 수도 있는 거 잖아요. 내가요 어떤 때는 징징거리는 말이 나오구요, 또 어떤 때는 그냥 말이 나와요. 그러니까 한 번 용서해줘야죠~'

또 졌다.
그렇지. 사람이 그럴 때도 있지. 어떤 때는 나도 통제할 수 없는 짜증이 날 때도 있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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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1

오후 내내 쉴 새 없이 음악치료 하는 월요일.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핸펀이 울린다.
발신자, 아버님.
뻔할 뻔 자 아버님이 아니라 아버님의 여우같은 손녀 딸.

엄마!(찡찡거리는 소리도 아니요, 잠에서 깬 소리도 아닌....정말 슬픔 가득한 목소리였다)
나~아, 엄마 나오는 비디오 봤는데.....(울먹울먹) 나 돌 때 내가 자다가 깨니까 엄마가 나를 안아주는 비디오를 봤는데......엄마가 보.고.싶.어......

그래.
습관으로 하는 '보고싶다'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보고싶다'는 느낌, '그립다'는 느낌을 말하는거구나.
채윤이가 이제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알기 시작했구나.

전화를 끊고 나서 가슴이 멍멍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 사춘기 시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낸 많은 밤들이 뜬금없이 생각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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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2

아빠가 '이건 아무래도 엄마의 창작물 같다'는 평을 듣고나서...
또 다시 어젯밤 세라젬을 하게 되었다.

김채윤 역시나 보자마자 눈이 뒤집혀서 달려오더니...
발걸레를 들고 와서는 고이고이 접어서 얼굴에 덮으면서.
'조금 아픈데 조금 안 아픈 주사거든요. 피가 좀 날거예요' 하면서 또 정신을 잃었다.
아무리 구박하고 엄포를 놔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김채윤.
그 현장을 남편한테 보여주려고 채윤이에게,
'채윤아 가서 아빠 좀 오라구래. 아빠 오라구 하면 엄마가 병원놀이 계속하게 해 줄께'
아무리 말해도 들은 척 만 척.

몇 번을 그러다가 작전을 바꿔서.
'저어~ 간호사 선생님! 제 남편좀 불러주실래요?'
하자마자 김채윤 '네!'
하더니 아빠를 불러왔다.

여보! 봤지? 이래두 엄마의 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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