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에 유난히 전과 다르게 책을 읽으시던 그 여인.
제일 말은 안 듣지만 그래도 제일 쓸만한 놀잇감인 현승이가 잠들고
딱히 재밌는 게 없어지면 조용히 집어드는 것이 책입니다.
헌데 그 책읽기 조차도 그냥 맹숭맹숭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엄마가 책 보는 옆에서 책을 보겠다고 하는데 리모콘 어디 갔냐고 찾아대는 거예요.
듣고 싶은 음악이 있나보다 하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보니 책을 읽다가 리모콘을 들고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합니다.
내용인즉슨,
책을 한 권 읽고 다음 책을 읽을라치면 바로 읽는 것이 아니라.
책 뒤 표지 바코드에 리모콘을 대고는 '띡, 띡' 하고 찍은 다음에.
아주 작은 소리로(지도 혼자 그러고 노는 것이 약간 씩 쪽팔린 걸 아는 모양)
"예, 언제 빌려갔셨죠? 아~ 일주일인 거 아시죠?
음...책 제목이...네...됐습니다. 가져가세요."
하면서 도서관 버젼으로 놀고있습니다.
그야말로 놀고있죠.
그리고나서 또 책 한 권 들고 읽기에 열중하고...
참 알다가도 모를 놀이의 여신입니다.
쓰기 싫어 죽겠는 독서록 방학숙제를 혼자 쓰게 했더니 2학년 되신 분이 맞춤법 좀 보시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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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2008.09.04 12:34
ㅎㅎㅎ
그래도 글씨는 디게 '또박또박'하다.
하민이는 '훨훨간다' 버전인데~
드디어, 이제사 '콩'을 깔았는데,
진짜 오랫만에, 7년만에 FM듣는다. ㅎㅎㅎ
좋네~
올가을엔 1FM 좀 들으줘야쥐~ -
forest 2008.09.04 14:50
하하.. 승질이 나뻐서 라네요.
성질보다 승질이 훨씬 나쁜 성질같거든요.^^
옆에서 자분자분 저렇게 놀면 귀엽지 않나요?
난 구여워 죽겠던데...ㅋㅋㅋ-
larinari 2008.09.04 15:43
선생님한테 저거 가져가면 빨간펜으로 고쳐주시는 글씬데...
저는 저 '승질' 이런 표현이 사랑스러워서 살려두고 싶어요. 정말 승질은 성질보다 훨 나쁜 성질 같죠?
저 독후감을 쓴 애도 사실 승질이 좀 안 좋아요.ㅋㅋ
저두 디게 귀여워요. 근데 제가 내색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에니어그램 하면서 애들한테 감정표현이 얼마나 인색한지를 깨닫는다니깐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교적 다 잘하면서 제게 제일 약자인 애들한테는 그렇게 안하는 거죠. 당장 반대급부가 없으니깐.
블로그에 이렇게 글은 쓰면서도 정작 그 순간에 귀여워 죽겠는 내색은 못하구요...
왜 이리 묻지도 않으신 얘기를 주절거리죠?
아? 물으셨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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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ne 2008.09.05 10:55
정말 놀이의 여신이네.
그 여신의 끝없는 끼를 살려줄 뭐가 있어야할거 같은..
승질이 철자가 틀린게 아닐거야. 정말 승질을 쓰고 싶었던거.
이 단어를 어디서 들었을까요? 아빠는 아니고, 엄마? 할머니?
승질 나쁜사람이 화내지 않고 친절하게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 채윤이 말 맞는거 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