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초3의 엄마가 하는 일이란 뭘까?

숙제 있니, 없니?

그것만 하고 피아노 연습해.
영어 다 하고 자전거 타러 나가.
이거만 먹고 그 담에 놀아.

나도 하루 종일 이런 잔소리 따위나 늘어놓으며 살고 싶지 않다고!

헌데 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저녁 먹고 시간은 이미 여덟 시를 넘기고 있었잖아.
일기 숙제도 있고 그 날 들어야 할 영어 테잎도 안 들었잖아.
'채윤아, 이제 영어 해야 돼. 시간 많이 늦었어. 충분히 놀았잖아'

'알았어. 엄마! 내가 지금 막 할려고 했어. 그런데 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깐 내가 하기도 싫고, 게다가 엄마까지 막 미워지잖아. 내가 알아서 할께. 그런 말 좀 하지마'

아학!

그래서 니가 뭘 알아서 했니? 니가 알아서 하도록 두니 10시가 되도록 그 날 할 일이 하나도 안돼있었잖아. 드디어 내가 버럭 했지. 아빠는 이런 엄마를 '버럭 신실'이라 놀리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이지.
한바탕 엄마의 분노폭발 작렬 후에 대화의 시간.
아직도 분이 안 풀려서 뾰로통한 엄마한테 조목조목 따지고 조목조목 반성하고 조목조목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는 너.

'엄마, 내가 이제 엄마 마음을 알겠어. 엄마가 하루종일 기다리는데도 내가 안 하니까 엄마가 진짜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거 알겠어. 이제부터 내가 좀 알아서 할려고 진짜 결심을 하고 있으니까 이제 맘 풀어'

그리고 여전히 풀어헤쳐 놓은 분노를 못 수습하고 말을 잇지 못하는 엄마에게...

'엄마! 왜 암말 안해?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어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엄마 맘을 더 상하게 해?'

엄마가 암말 못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난 그냥 너무 자존심이 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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