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은 당하는 것.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아냐고!!!! 라고 시덥잖은 반항을 할 때가 있듯이.
생일은 그냥 별안간 당해서 정신차려 보니 이 땅의 어느 집에 살고 있는 것.

 





어느 나이 많아 늙은 시골 목사님 집의 딸로 태어나 있는 것.
태어나서 정신 차려보니 5주 쯤 되어 있었고, 1969년 4월 7일이었고, 이름은 신실이였던 것.
그리고 자다가도 애가 깽만 하면 일어나서 불 켜고 애를 들여다보고 있더라는 아버지.
꼼꼼하고 기록을 좋아하는 아버지의 딸이었더라는 것.






40여 번이 넘게 생일을 당했고 어느 또 다른 생일이 되었다는 것.
생일인지도 잊어버리고,
생축준비위원장이 되어야 할 남편이 잠시 멀리 가 있는 사이,
며칠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나한테 당해서 우리집 딸이 된 김채윤이가 센스도 풍부하게
예쁜 선물과카드를 준비해 놓았더라는 것.
아빠도 없는데 케잌은 됐다 하니 치킨이라도 시키자하여 치킨 놓고 크리스마스 초를 불고 생일 당한 걸
축하했더라는 것.






생일을 당하 듯 시어머니의 며느리가 된 지 12년.
12년 동안 한결같이 오글거리는 편지와 카드를 써서 드리곤 했더니,
시엄마께서도 맘 먹고 오그라드는 편지와 함께 금일봉을 하사하시더라는 것.
이걸 보던 열 두 살 딸은 이러더라는 것.
'엄마는 참 좋겠다. 시어머니를 잘 만나서... 나는 잔소리 하고 일만 시키는 시어머니 만나면 어떡하지?
휴우....' 하더라는 것.






밤 10시가 넘어 집에 축하단이 들이닥쳤다는 것. 그래서 생일을 당하 듯 별안간 축하를 당했다는 것.
이쁜이들이 불꺼진 케잌을 들고 들어와서는 축하한다며 나한테 불좀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
내 생일 케잌에 내가 불 붙여보기는 처음이었다는 것.ㅋㅋㅋㅋㅋ
이제 사진을 보니 다 목짠데 영애는 어떤 의미로 끼어있냐는 것.
(영애가 글을 읽을 때마다 정줄을 놓고 읽는 것 같아서 이렇게 가끔 환기시켜주기로 했다는 것ㅋㅋ)


오지마라. 오지마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것.
이렇게 젊고 이쁜 꽃 같은 애들한테 기습적으로 축하받는 아줌마가 어디 있겠냐는 것.


40여 년 전에 갑자기 무방비 상태로 생일을 당해서 태어났지만,
생각해보니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것.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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