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나가
늘 걷던 방향을 등지고 새로운 길을 걸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풍광을 만났다.


있어 보이려고 붙들고 있던 포장끈과, 관계의 줄들을 내려놓으니 드러나는 것은 허접한 나.
볼품이 없겠구나. 봐 줄 만하지 않겠구나.  
이내 찾아드는 감정은 상실감이지만 이 너머에 아직 가보지 않은 신비로운 길이 있지 않을까?


거짓인줄 몰랐을 때는 끌려다녔으나 이왕에 알아차린 이상 어찌 계속 머물러 있으리요.
다만, 익숙한 것을 놓아버린 빈 손을 잡는 귀신이 있으니,
허전한 내 손을 나꿔채 원치 않는 자기연민의 동굴 속으로 끌고가 나를 가두려한다.


상실감도 알겠고,
거기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며 존재를 뒤흔들려는 귀신의 농간도 알겠으니,
남은 것은 인내와 기다림 뿐이리라.


다시 내 발로 광야로 가 오리무중의 다음 순간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돌이켜보라.


'진짜'는 언제나 신비 속에서 건져올리지 않았던가?
광야를 신비라 부를 수 있다면 오늘에 족한 은총을 맛보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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