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로 인해서 하루 저녁 집을 비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짐을 다 챙기고 여유가 있어서 현승이에게 간식 챙겨 먹으라는 쪽지를 한 장 남기려고 펜을 들었다가 세 장을 연거푸 써서 벽에 붙였습니다.  현관에서 들어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곳 벽에 나란히 붙였습니다.


편지 마지막 부분에 하트을 그려 넣었는데 의도적으로 남편에겐 여섯 개, 아이들에겐 다섯 개를 그렸지요. (채윤, 현승 편지 쓰면서 하트 갯수에 신경을 쓰면서 그렸어요. 혹여 양 쪽 갯수가 다르면 안되니까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요. 채윤이나 아빠는 예사로 볼 일이지만 현승이는 (쪼잔하게도) 분명히 하트의 갯수를 셀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통화를 하면서 '엄마, 그런데 왜 우리는 하트가 다섯 개고 아빠는 더 많아?' 합니다. (완전 예상문제!) '세 봤어?' 하니까. '응, 아빠가 제일 먼저고 그 다음 우리야?' 이렇게 스스로 답을 하더군요.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많은 일들이 아이들에 맞춰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가정은 부부중심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사이좋고 행복한 게 우선이고, 가정의 주춧돌이라는 것이지요.


아주 일찍 '자식농사를 마음대로 안된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만 자식은 마음대로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음대로'라는 기준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겠지요. 어쨌든 둘이 행복한 것이 최선의 자녀양육 노하우라 믿습니다.


현승이가 왜 자기가 일등이 아니고 아빠가 일등이냐고 질투의 화신이 되어 타오르면 말해 줍니다. '너도 부러우면 나중에 정말 좋아하는 색시 만나서 일등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어.' 이렇게 세뇌를 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마음에 있는 그대로 하트를 매기자면 조금 다릅니다. 확실히 다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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