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zine>에 '유브 갓 메일'이라는 꼭지로 연애 이야기를 썼었지요. 연애도 인생사인데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답이 있겠냐며 스토리를 가지고 쓰기로 했습니다. 고심 끝에 주인공의 이름은 '은혜'로 정해졌습니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연애든 결혼이든 결국은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았었습니다. 은혜가 사랑에 눈을 뜨고, 짝사랑을 하고, 거절 당하고, 소개팅을 하며, 비신자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과정, 남자의 능력을 보느냐 신앙을 보느냐 고민하며 한 사람을 향한 확신을 견고히 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기고하는 동안 수많은 '은혜들'로부터 메일을 받았고, 그 메일은 다시 다음 달의 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우연애 :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연애를 주옵시고>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책의 저자였던 덕에 Kosta USA에 강사로 초청받았고 곡절 끝에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말하자면 <오우연애>의 은혜 덕분에 멀리 시카고까지 날아가 일주일 내내 진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블로그에서 많이 징징댔다시피 두려운 발걸음이었습니다. 여러 의미로요. 일정을 제대로 시작하는 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캠퍼스 여기 저기를 돌면서 강한 햇살에 비친 제 그림자와 여러 번 눈을 맞추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강의 한 번으로, 상담 한 번으로 사람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비용을 치루고 여기 서 있는 것은 과연 의미있는 것일까?

 

 

그림자를 바라보며 떠올랐던 잡념들은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 이후 바로 사라졌습니다. 떠날 때 결심했던 것처럼 눈을 맞추고 말하고 듣기로 하고 시작한 강의, 꽤 드물게 느끼게 되는 몰입의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날개를 달고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거침없이 뜨거운 마음으로 말했고 듣는 이들의 눈동자가 잘 보였습니다. 강의 마치자 '질문'이라 불리는 짧은 순간에도 깊은 두려움을 눈물과 함께 내비치는 또 다른 은혜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는 그 이후는 강의와 상담을 위해서 쉼 없이 캠퍼스를 오가게 되었습니다.

 

 

개별로 상담하고, 그룹으로 상담했습니다. 상담실 강사 프로필 소개에 상담분야를 딱 '이성교제'만 적었습니다. 보통 상담봉사 하시는 분들이 '이성교제, 진로, 소명, 관계..'등 상담 가능한 여러 분양를 소개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싱글들이 자신의 '이성교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진로, 관계문제, 어린시절, 열등감, 욕망과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줄줄 딸려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만나는 청년들마다 '이성교제'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장 깊은 곳의 상처나 아픔에 가 닿았고 상처를 치유할 능력이 없는 저는 그저 같이 울고, 같이 기도했습니다.

 

 

폐회예배 직전까지 상담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상담하러 온 친구의 이름은 '은혜'였습니다. 이 친구는 그 누구보다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마치고 폐회예배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이 '은혜'의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자꾸만 눈물도 났습니다. 여차저차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이번에도 또 '은혜'가 왔습니다. 미시건에 가 있는 송은혜입니다. 한영교회에서 전지성 강도사님과 스파이 연애를 하고 결혼한 송은혜. 일각에선 <오우연애>의 주인공이 송은혜냐 묻기도 하지만 송은혜와의 만남은 탈고 후였습니다.

얘기 한 두 마디만 하다보면 어느 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서 '은혜가 울지 않고 나눔을 하는 날은 없다'라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던 송은혜. 그 은혜와 이틀 시카고 여행을 했습니다. 귀여운 딸 은슬이의 재롱과 개그코드가 맞는 전 강도사님과 내내 꿈같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선셋보트. 두 시간 동안 그 장관의 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경이로움 앞에 지난 일주일, 아니 지난 몇 개월의 마음의 여정이 주욱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선상에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어쩌면 내가 여기 서 있는가. 이 황홀한 곳에. 

 

 

이것은 창조주의 유머란 말입니까? 황홀하여 가슴 뭉클한 그 순간 하늘 저쪽에선 무지개가 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분께서 오늘 저를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어 국물 째 마셔버리 작정이신 모양. 못 미더우셨는지 마지막 무지개로 화룡점정까지!


은혜로 시작한 여정이 은혜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롭기만 합니다.
브레넌 매닝님께서 하늘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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