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충무공 탄신 기념일에 부드러운 남자 티슈공 현승이도 생일인데.

하루 종일 에니어그램 세미나 있다고 분주하던 엄마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어요.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빠가 '현승아, 생일 축하해' 하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네요.

미역국은 커녕 밥도 없다! 그러나 바뜨 당황하지 않고,

'현승아, 생일 축하해! 축하 파티는 금요일에 하자.

오늘 수요일이고, 내일은 양화진 음악회니까. 금요일에 하는 거야. 금요일이야....'

('나 밥 안 먹어'로 하루를 시작하는 현승이에게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 하고 이런 식탁은 부담일 거야. 암, 그렇고 말고. 가볍게 모닝빵 하나 먹고 가, 이러면 선물이지. 암.)

그렇게 생일은 지나갔네요.


엄마, 내 생일에 애슐리 안 가고 그냥 집에서 엄마가 한상 떡벌어지게 차려주면 안돼?

(떡벌어지게! 어떻게?ㅠㅠ) 어, 되지! 뭘 어떻게 차려줄까?

그냥 내가 평소에 양껏 먹고 싶던 거. LA 갈비를 무제한으로 먹고, 딸기도 무제한으로.... 그리고 또 먹고싶은 게..... 된장찌개. 흰 쌀밥!(읭? 네가 전래동화를 너무 많이 읽었구나!)

코올~~~~!! 흰 쌀밥,  LA 갈비, 된장찌개, 딸기 무제한으로 한한 떡벌어지게 차려줄게.

코스트코에 갔는데 현승이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케잌 세일도 하니, 어머 이건 사야죠.


식사준비 다 하고 오늘도 늦는 아빠를 기다리는데 오늘의 주인공, 주문이 있네요.

'엄마, 밥 먹고 케잌은 제발 그냥 무난하게 해줘. 그냥 딱 생일축하 노래만 불러줘.

나는 친구가 가족들을 챙겨주는 게 정말 좋은데 반대로 누가 나 챙겨주는 게 싫어.

그러니까 요란하게 하지 말고.... 노래만 불러줘. 엄마 아빠 덕담 같은 거 이런 거 하지마. 나 그런 거 하면 오글거려.'

적극 반영하여, 평범하게 밥먹고 생축 노래만 부르기로.

평범함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늘 하던대로, 잊지않고 밥 먹기 전에 남매 전쟁 한 판.

자리 가지고 한 번 싸우고, 엄마 한 번 폭발하고 요란하지 않은 평범한 저녁식사.

그리고 생일축하 노래.

감상 포인트는 아빠의 구슬픈 기타반주와 '참 좋은 아이였어....'




 

그리고 흥이 나신 아버님의 즉흥노래와 누나의 듀엣이 방언처럼 터집니다.





현승이가 딸기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는데요.

흔한 에피소드가 있지요.

현승이를 품고 있는 중 제철도 아닌 딸기가 먹고 싶었던 엄마, 또는 뱃속의 현승이.

어느 날 퇴근 길, 엄마 아빠는 현대백화점에 갑니다. 지하 식품매장에서 딸기 발견!

가격을 확인한 엄마는 헉, 뒷걸음칠 쳐 물러났지요.

이때 정답은 남자의 힘으로 제압하여 그 딸기를 사야하는 것인데,

현승이 닮아 요란스러운 걸 싫어하는 아빠는 소심하게 '그래도 사지....' 하며

엄마 뒤를 따라 나왔지요.

그리하여 두고두고 욕을 우려드시고 계시며 앞으로 그럴 예정이랍니다.

이 얘길 들어서인지, 아니면 그때 뱃속에서 느낀 좌절과 결핍감 때문인지

현승인 딸기를 좋아합니다. 자주 먹어도, 많이 먹어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말이죠.






이런 태중 비화를 가진 현승이 생일에 참으로 적절한 노래가 되겠습니다.

감상 포인트는 누나의 목춤, 현승이의 살아 있는 먹방.

현승이 생일에 딸기가 있고,

딸기가 현승이 입 안에 있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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