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집에서 먹는 나날이지만 스트레스는 크게 없다. 남편과는 정말 오랜 시간, 다 큰 아이들과는 최근에 더욱 가족의 일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싸우고 실행하고 있다.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데에 네 식구가 생각으로 행동으로 더욱 합의해가고 있다. 그래서 계속 집밥, 집밥, 집밥의 연속이지만 한결 여유가 생겼다.  

 

 

현승이가 갑자기 "나 오늘부터 4시 이후에 밥을 안 먹으려고. 살이 빠지면 볼살이 제일 먼저 빠진대. 볼살 빠지게 할 거야. 엄마, 나 4시부터 밥 안 먹어." 한다. 무슨 갑작스러운 다이어트 선언인지, 그리고 또 4시는 무슨 뜬금없는 시간인지, 뱃살도 아니고 볼살을 빼는 다이어트는 또 뭐라는 건지. "그래!" 하고 웃고 말았는데, 나름대로 진지하고 비장한 듯하다. "나 진짜야 엄마, 이따 안 먹어도 뭐라고 하지 마." 이런 말 하면 지키는 아인데, 진짜인가 보다.

 

 

정말 네가 다이어트를 한다면......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장을 보러 나가고 싶었다. 현승이가 진짜 좋아하는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해야겠다는 뜨거운 열망에 사로잡혔다. "현승아, 저녁 메뉴는 차돌박이 된장찌개야. 식사 시간은 6시." 현승인 농담인 줄 알지만 나는 진짜였다. 현승이가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은데, 그냥 얘를 약 올릴 수 있다면, 아무리 귀찮아도 장을 보러 나갈 수 있고, 요리를 할 수 있다! 정말 나는 그렇다. 너무 신난다.

 

 

집 앞 마트에 나가 싸구려 냉동 우삼겹을 사다 된장찌개 끓였다. 약 올리는 재미로 끓였다. 오직, 약 올리기 위해서. 마음을 꿰뚫는 현승이가 말했다. "엄마, 나를 유혹하려고 끓인 거 아니지? 그냥 정말 웃기려고 끓인 거지? 엄마 신났지? 진짜 7번! 진짜!" 물론 6시 넘어서 식탁에 앉아 된장찌개에 밥을 두 공기 먹은 현승이는 통통한 볼로 맛있다 히죽거렸고. 옆에 있던 덕분에 맛있는 된장찌개 횡재한 채윤이는 "어이구, 익살녀 익살녀! 익살녀 엄마!"

 

 

냉동 우삼겹이 한 줌 남아 있었다. 줌 강의 준비로 노트북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자기 방 교실'에서 수업하다 점심시간이라고 나왔다. 알아서 챙겨 먹는다며 냉동해둔 밥 꺼내고, 냉장고 문 열고 섰던 현승이가 "엄마, 삼빔면이라고 알아? 비빔면에다......" "아, 엄마가 맞혀볼게. 비빔면 위에 삼겹살 올려서 먹는 거 아냐?" "오, 맞아! PC방 인기 메뉸데 맛있어." "현승아, 지금 편의점 가서 비빔면 사와." 노트북 뚜껑 덮고 바로 일어났다. "엄마가 우빔면 해줄게. 어제 남은 우삼겹 있거든." 바로 현승이는 튀어 나갔다 사들고 온 비빔면을 끓이고, 나는 우삼겹에 허브 여러 종류를 뿌려서 구웠다. 뚝딱 신메뉴 출시. 

 

 

재미로 먹고 맛으로 먹는 오리온 고래밥

재미로 하고 맛으로 먹는 오늘의 요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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