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누워 있는 인큐 호박 보는 게 늘 좀 그렇더라고.
꼭 끼는 비닐 옷을 입고, 숨도 쉬어지지 않을 갑갑한 옷에 갇혀 누워 있는 게 어쩐지.
호박으로 태어나 호박답게 제 모양으로 자라지 못한 녀석들 보는 게 민망하달까.
말이 애호박이지 갑옷 같은 비닐 옷 벗겨서 썰어보면 또 얼마나 딱딱하게.
애호박이 아니라 애어른호박이지.

요즘은 진짜 애호박 철.
농사를 짓지도 않는데 풍성하게 나누는 손들이 있어서,
밭에서 딴 애호박이 끊이질 않고 있지.
진짜 애호박은 힘주어 누르기도 조심스럽게 말랑하고 나긋나긋 하지.

애호박 철도 한 철이라, 지금 아니면 언제랴, 하고 많이 사랑해주고 있어.
제 모양대로 자란 녀석을 다시 틀에 가두지 않으려고.
여러 요리로 부활시키고 있지.
애호박 고추장찌개, 티피컬 한 호박전, 애호박 새우젓 볶음, 파스타 재료 등으로.

호박전 좋아하는 딸내미가 전을 먹고 싶다니,
레시피 리서치를 했지.
백종원을 좋아하고 호박전을 좋아하는 딸내미 취향저격 백종원표 호박 부침개로.
마른 새우 갈아서 넣고, 밀가루 대신 전분, 물은 따로 넣지 않고.
애호박이 저세상 맛으로 재탄생!

나는 제 모양대로 생긴, 말랑하고 폭신한 애호박이 좋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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