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둘이 하는 기차여행이다. 아이들 어릴 적에 정선 가는 무궁화호를 함께 타본 적이 있고. 둘이서 타는 기차는 처음이라니! SRT 역은 이른 아침 막막한 기분으로 혼자 다니던 곳이다. 먼 곳에 강의하러 갈 때 혼자 타곤 했던 ktx를 JP와 함께, 그것도 훌훌 떠나는 여행이라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낯선 경험은 선뜻 이름이 붙여지지 않는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출발했다.

 

작년 목포 여행의 아쉬움 때문이다. 작년 1월, 아이들과 함께 갔던 목포에서 말이다. 유달산을 걷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바람이 심했다. 아이들은 안 그래도 걷는 건 힘든 일인데 바람까지 부니 "차에 있으면 안 돼?" 이게 버튼 누르면 나오는 말이었다. "그래, 차에 가 있어." 하고는 바람을 맞으면 몇 걸음 올라보는 유달산, 바위산 유달산의 매력이란! "다음에 따뜻한 날에 둘이서 꼭 오자." 약속을 하고 내려왔던 기억이다. 1년 묵은 아쉬움으로 다시 찾은 유달산이다. 

원 없이 걸었다. 일등봉, 이등봉을 정복했고, 그것도 아쉬워 둘레길을 걸었다. 바위를 타고 올랐고, 오솔길을 걸었다. JP는 정말 든든한 가이드이다. 안 가본 길을 더듬어 행로를 정하는 데 탁월하고, 거기가 산이라면 그 탁월함에 더욱 빛을 발한다. 평지를 걷는 일은 나 혼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구글 지도만 있으면 낯선 곳 어디든 걷다 집을 찾을 수 있다. 산에는 취약하다. 오르고 기고 걸을 수는 있지만 도통 길이 가늠되지 않는다. JP가 잘 이끈다. JP 안내하는 길을 따라 유달산 일등봉, 이등봉을 정복했다.

MBTI로 정반대 유형, 에니어그램으로도 그렇다. 누가 봐도 성격이 다른데, 몇 가지가 참 잘 맞아 다행이다. 그 중 갈수록 좋은 것은 '걷기' 사랑이다. 언제든, 어디든 걸을 수 있는 곳은 그냥 걷기! 첫날은 유달산을, 이튿날은 케이블카를 타고 고하도로 들어가 해안 데크길을 걸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섬 안쪽의 산길도 꾹꾹 밟아주고.

 

난생처음 차를 놓고 ktx를 선택했더니 새로운 기쁨과 만족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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