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서른 여섯인데(허걱!)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친구랑 여전히 친구다.
여자친구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남자친구다.
고3때 독서실에서 만나서 같은 교회를 다니고 청년부를 함께 했었다.
청년부를 하면서 중창단을 만들어서 '사랑의 종소리'를 열심히 불러대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친구에게는 남다른 영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군 입대 할 때 일이다. 나랑 또 다른 친구 하나 이렇게 셋이서 같이 어울려 다녔는데 군입대 하기 전에 모란시장 가서 순대국밥도 먹고 그렇게 놀러 다녔던 것 같다.
모든 남자들 그렇겠지만 이 친구도 군대 가는 거 엄청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싫어라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갈 길은 가야하니까 교회에서는 송별예배 드리고 머리 깍고 결국 들어갔다.
그런데 웬 걸....
다음 주일 날 교회에 또 나타난 것이다. 잉?
내용인 즉슨, 입대하던 날 아침에 친구들이 배웅 가려고 모였었다. 그 친구 방에서들 빙 둘러 앉아 있는데 나갈 채비에 부산하던 이 친구가 비좁은 방 안에서 이동하기 위해 펄쩍 뛰었는데 발이 포크에 찔렸었다. 그것 때문에 결국 입대가 연기 됐단다. @@

암튼, 나이 사십을 바라보면서도 여전히 꿈의 냄새가 나고 전혀 아저씨스럽지가 않은 친구다.
아무리 젊어 꿈과 낭만을 말한다해도 현실을 살면서 그 순수함을 지켜내기가 어디 그리 만만하더란 말이냐? 그러나 이 친구는 여전히 꿈을 말하는데도 부적절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수록 그 꿈이 '예수 안에서 꾸는 꿈'이 되는 것이 느껴지니 참 부러울 따름이다.

이쯤 되면....
그의 아내는 이런 그를 두고 뭐라고 말할까?^^ 나는 내 남자 친구들 중에 이 친구가 결혼을 젤 잘했다고 늘 말하고 생각하곤 한다. 어디서 이렇게 좋은 사람을 찾아 냈을꼬?
최근에 이 친구 부부에게 MBTI를 해 줄 기회가 있었는데 이걸 마치고 그 생각은 다시 한 번 확신이 되었다. 나는 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성격유형은 전혀 다르다 한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점에 대해서 질문하는데 당장은 대답할 말이 없어서 얼버무렸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성격이 다르지만 인격이 비슷하다. 두 사람 다 인격이 보기 드물게 훌륭하다. 바로 그거였다. 내가 두 사람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말하자면 사람들이 수준이 있다는 것이다.(내가 너무 띄우나?^^) 비록 성격이 다른 점 때문에 서로 '아'하면 딱딱 알아듣는 의사소통이 되는 것 아니지만 둘이 옳다고 생각하는 지향점이 같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탁 까놓고 얘기지 그렇게 꿈을 먹는 남편 옆에 아내 조차도 함께 꿈만 먹고 있으면 어찌됐겠는가? 그 친구가 순수함과 꿈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음은 분명 아내의 덕이리라.

서른이 넘고 마흔을 바라보면서도 고3 때와 다름없는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것. 피차에 인격이 훌륭한 배우자 만난 덕이 아니겠는가?

자양동의 모닝베이커리에서는 빵과 함께 꿈을 굽는 아저씨가 아기 셋 키우며 마음 넓은 여인네와 함께 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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