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간신히 탈고를 이룬 어린이날 밤. 산책에 나섰다. 놀이터를 빙빙 돌며 걷는 밤 산책이 참 좋은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낮에 놀다 두고 간 부서진 장난감이 놀이터 벤치에 헬렐레 누워 있는 것! 하이고... 터덜터덜 재미없이 걷던 발걸음에 폴짝폴짝 생기가 피어났다. 누가 봤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노래도 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살살 떠다니겠지
끝이 아니었음! 어린이날이라 엄마가 딸기우유를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어떡해... 아오, 귀여워! 그리고 또 노래가 나왔다. "하루 종일 우뚝 서 있는 성난 허수아비 아저씨" 노래에 다섯 살 김채윤이 가사를 붙였던.
우성상가 이층에는 채윤이 가는 병원 있어요
맞아 맞아요 채윤이는 코 빼도 울지 않아요
채윤이가 코 뺄 때 안 울면
엄마가 딸기우유 사줘요.
아직도 끝이 아님. 인공 우물인데, 여기서도 맹꽁인지 개구리가 운다. 시골 외갓집인 줄... 정겹다 정겨워. 어린이날 밤 산책! 집에 돌아와 채윤이에게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제 하다 하다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 귀여워?"라고 했다. 그렇다! 얼굴을 몰라도 귀엽다! 그냥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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