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당일에는 전을 부쳤다. 고기 좋아하는 현승이를 저격해서 육전을, 어릴 적에는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면서 이상하게 좋아하게 된 동태전은 나를 위해서, 새로운 걸 내놓으면 무조건 좋아하는 JP를 위해서는 호박새우전을 준비했다. 만드는 과정도 먹는 과정도 모두 맛있게 재미있었다. 한 접시 남은 걸 다음 날 혼자 데워 먹는 현승이를 보는 건 재밌게 뿌듯했다. 전만으로는 느끼하니 게장 양념으로 비빔국수를 했다.
명절 이튿날, 잡채를 했다. 100번은 해본 것처럼 손이 척척 움직여서 볶고 무치고 해서 내놓았다. 두 남자는 "당신이 잡채도 해?" "엄마가 잡채는 처음으로 해주는 것 같은데..."란다. 아닌데, 해준 적 있는데... 원팬 잡채였나? 중요한 평가는 이것이다. "어머니 잡채랑 맛이 똑같애!" 나도 놀랐다. 우리 엄마 잡채 맛이 따로 있고 어머니 잡채 맛이 따로 있는데, 딱 어머니 잡채 맛이었다. 아하, 몸이 기억하는 요리 본능이구나. 명절마다 주방 보조로 어머니 옆에서 돕던 그 짬이 살아난 것이다. 100번은 해본 것처럼 손이 자동으로 움직인 이유는 이것이었다. 매우 명절스러운 잡채 맛이다. 양념에 맞춰 당면을 조금씩 추가하다 보니 12인분 한 봉지를 다 털어 넣게 되었다. 6인분 정도는 바로 해치우고, 나머지는 한 끼 분량씩 포장해서 자취방으로 가는 현승이에게 주었다. 명절 쇠고 돌아가는 자식에게 음식 싸 주는 것으로 명절이 마무리되었다. 고전적인 맛의 잡채를 고전적인 방식으로 잘 소비하였다. 잡채가 메인인 날에는 역시나 느끼하지 않게 김치 수제비를 곁들였다.
2026년 추석 집밥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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