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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5

수치심의 치유_후원의 추억 인생,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알지만. 이렇게 시작해야 한다. 살다살다 내가 후원 요청하는 일을 하게 될 줄이야. 더 놀라운 것은 이렇듯 떳떳하고 당당하게 요청하게 될 줄이야. 몸에 흐르는 지역감정의 피, 충청도의 피 같다. 굶어 죽어도 아쉬운 소리 하지 않겠다는 왜곡된 기질 같은 것. 곧 죽어도 수염 쓰다듬으며 팔자걸음 걸으며 내 속의 양반 어디 가고 기쁘고 당당하게 후원 요청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 말은 이명박이 쓰던 말이라 왠지 코미디 같지만. 확실히 해봐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후원자 명단을 보며 매번 새롭게 놀라게 되는 것이다. 후원하시는 분들이 여러 모로 내 예상을 빗나간다는 것, 더불어 적은 금액의 후원일수록 더욱 감동이 되며, 돈이 자본주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 .. 2019. 9. 30.
흔한 일은 아니지 월요일 오전에 강의가 잡히는 것 흔한 일이 아니다. 포천의 작은 도서관에서 저자 강의로 초대받아 다녀왔다. 월요일 출근길에 외곽순환도로가 시원하게 뚫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막히는 길 예상하고 일찍 출발했더니 길은 물론이고 하늘까지 뚫려 있었다. 초면에 얼굴 맞대고 편안한 일상수다를 떠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수강자 한 분 한 분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다가왔다. 도서관과 성당,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일찍 도착하여 보니 도서관 뒤에 성당이라 얼른 주차하고 성당 뜰을 걸었다. 미세먼지 많아진 하늘,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흰구름 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다.태풍이 지난 후 더욱 파래진 하늘에 흰구름, 그리고 십자가가 맑고 아프게 조화로왔다. 서울, 분당.. 2019. 9. 23.
파마늘 떡볶이 "내가 웬만하면 질리고마는 거 알지? 나 잘 빠져들고 빨리 질려. 그런데 김종필은 안 질려. 김종필의 창의력을 사랑해. 내 인생 유일하게 안 질리는 건 김종필이야." 손잡고 산길을 걷다 툭 뱉은 말인데, 툭 튀어나온 진실인 것 같긴 하다. 물론 맥락은 있다. 몸의 한계를 느끼면 아이들 치료하고 들어온 날인데 거실 구도가 바뀌어 있는 것이었다. 안쪽이 있던 소파가 창문 바로 앞, 화분들 코 앞에 가 있는 것. 장 본 것, 가방, 다 팽개치고 소파에 앉아 앞산을 보다 피로가 다 사라져버렸다. 이런 얘기하면 조롱거리 되기 십상이던데. 나는 남편 설교에 거의 매주 은혜받는 남편 중독자 또라이 목사 아내이다. 남편 설교의 관점이 진부하지 않은 탓에 매주 감동이다. 대학원 리포트 하나도 자기 말이 아니면 쓰지 않았.. 2019. 9. 21.
세기의 눈맞춤 생후 10개월 증손자와 95세 할머니가 눈을 맞췄다. 한 세기 가까운 나이 차이가 둘 사이에 존재한다. 사람을 알게 되면 이름부터 물어보고, 그 이름을 성경 안쪽에 적고 굳이 ‘이름’불러 기도하던 할머니.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은 한 번 들으면 외우니 적을 필요도 없다. 할머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손녀 ‘지영이’가 낳은 ‘준우’의 이름은 듣자마자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할머니는 귀도 눈도 어두워 정확히 들을 수 없는데다 글자를 읽을 수 없으니 새로운 단어가 입력되지 않는다. 준! 우! 준우! 주누! 고래고래 알려드려도 입력불가. 자꾸만 ‘아가, 아가~아’ 손을 내밀어 보는데 아가는 엉덩이를 뺀다. 아가는 아가대로 10개월 뇌로는 백발이 규명되지 않는다. 마주하면 무조건 좋은 우리 뭔가 엄마랑 비.. 2019. 9. 16.
없는 연좌제 극복하기 ​ 지난 8월 성서한국에서 만난 학생이 하나 있다. 강의 후 개인적인 질문을 해왔는데 바로 다음 강의를 시작해야 해서 답을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아니,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두 마디 답이 아니라 잠시라도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미리 잡힌 상담 스케줄이 있었지만 틈새 시간을 빼서 만나자고 했다. 내용은 이렇다. 목사의 딸이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니는 것이 여러 이유로 고통스럽다. 교인들 시선이 부담되어 불편하고 싫다, 교회를 떠나고 싶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신다. 아니, 그래라 허락하셨다 다시 안 된단 번복하신다고 한다. 목사 딸로 사는 게 부담된다는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답게 진실하게 신앙생활 하고픈 간절함’으로 읽혔다. 부모님이 딸을 설득하며 대는 결정.. 2019.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