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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다. 고로 나는 옳다_1유형 본문

나는 옳다. 고로 나는 옳다_1유형

larinari 2011. 11. 3. 09:49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내적여정 11

일경 :   모님! 안녕하셨어요?

모님
:   일경이 오랜만이다. 어우, 이게 얼마만이야? 출장은 잘 갔다 왔어?

일경
:   네, 모님. 갔다 오자마자 진작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었어요. 이거…. 제가 생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곳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구해봤어요. (모님 옷에 붙은 머리카락 떼어주며) 다행히 그쪽에도 공정무역 커피가 있더라구요.

모님
:   생두? 어떻게 이런 생두를 살 생각을 했어? 출장 일정도 빡빡했다며. 고맙다.

일경
:   젤 손쉽게 살 수 있는 게 스타벅스 원두지만 그거 아시죠? 모님. 스타벅스가 이스라엘 기업이고 그 수익금이 팔레스타인 전쟁의 탄알이 된다는 거요.

모님
:   응, 그래 들었어.

일경
:   그 얘기 들은 이후로 워낙 커피값도 비쌀뿐더러 스타벅스에는 안 가게 되더라구요. 의외로 이걸 알고도 스타벅스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는 크리스천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이해가 안 돼요.

모님
:   우리 일경이 커피 하나도 바르게 마시는구나. 후후후… 그럼 일경이 격에 맞게 네팔 공정무역 커피 한 잔 내려줘야겠네. 좀 기다려 봐.


모님 :   그래, 출장 갔던 일은 잘 된 거야? 

일경
:   저 혼자 일했으면 더 완벽하게 했을 텐데 저희 부장님이 완전 헐랭이시거든요. 흘리시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정작 제 일보다 부장님 흘리시는 일 마무리 짓는 게 더 힘들었어요. 소화불량 생겼잖아요.

모님
:   우리 일경이가 워낙 일을 꼼꼼하게 잘 하니까~ 아, 지난번 리더 수련회 일경이가 맡았었다며?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된 수련회는 첨 봤다. 하하.

일경
:   원성도 좀 들었어요. 사람들이 교회 일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모님
:   하여튼 정직하고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공정한 일경이한테 일을 맡기면 안심이지. 나는 완벽하고, 옳고 착하다가 1유형의 자아 이미지잖아.

일경
:   아니에요. 완벽하다니요. 저는 완벽 근처에도 못 갔어요. 제가 부족한 게 얼마나 많은데요.

모님
:   그렇지! 만족스러운 게 하나도 없지? 하하하… 그렇게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개혁가가 바로 1유형이야. 일경이 자신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이지.

일경
:   아무튼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완벽한 사람은 아니에요.

모님
:   아~ 네! 어찌됐든 결국 '완벽'이라는 것에 붙들려 있는 거고, 그래서 1유형의 집착은 완벽이라고 해.

일경
:   모님, 진짜 제가 완벽하질 않다니까요. 실수투성이인 제 자신이 불만스러워 죽겠는데 왜 자꾸 완벽, 완벽 하세요.

모님
:   그래. 그렇게 '완벽'에 매여 있다구. 하하하…. 어휴, 표정 봐라. 미안 미안~ 암튼, 완벽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어떤 일을 봐도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는 거지.

일경
:   그죠. 제대로 되어 있는 게 없죠. 다들 하나를 해도 좀 제대로 하면 좋겠어요. 제 눈에는 그렇게 잘 보이는 오타가 왜 부장님 눈에는 안 보이는지 알 수가 없어요. 제가 그 바쁜 와중에 부장님 브리핑 자료 오타 수정이나 하고 있어야 하냐고요. 식당에 가도 지문이나 고춧가루 묻은 컵은 꼭 제 눈에만 띄어요.

모님
:   사람에 관해서는 어때? 사람들의 결점 같은 것들….

일경
:   솔직히 저는 다른 사람들의 결점이 너무 잘 보여서 눈을 감고 싶어요. 헌데 문제는 눈을 감아도 보인다는 거죠. 이것 때문에 정말 힘들어요.

모님
:   에니어그램 아홉 유형 중 6유형과 1유형은 부정적인 것에 많이 기울어져 있지. 6유형에겐 앞으로의 일 중 제대로 될 일이 하나도 없고, 1유형 눈엔 해놓은 일 중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지. 인정해?

일경
:   부정적이란 말은 좀 그렇지만 맞는 말씀인 것 같아요.

모님
:   일을 할 때도 완전한 일처리만이 옳다고 여겨서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도 있어. 또 늘 잘못된 걸 바로잡는 것에 꽂혀 있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은 세부사항을 강조하면서 까다롭게 굴기도 하고….

일경
:   저는 그저 옳은 일을 할 뿐이에요. 혹시 제가 까다롭게 군다면 그건 실수를 적게 하려는 것뿐인데요. 실수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 조금 까다롭게 느껴져도 미리미리 바로잡는 게 낫지 않나요?

모님
:   에니어그램이 주는 유익 중 하나가 나를 내 입장과 더불어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하는 거잖아. 특히 미성숙한 1유형들은 모든 사람에게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끊임없이 비판하는 까다로운 도덕가가 되기 쉬워. 그런 1유형의 대표 주자님들이 바리새인님들이지. 왜 그럴까? 자.신.이. 옳기 때문이고, 자.신.만.이. 옳기 때문이야. 그런 1유형들 옆에 있으면 왠지 뭔가 지적 받을 것 같고 비판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야.

일경
:   제… 제 옆에 있으면요? 아…. 미성숙한 1유형들이 그렇다는 거지요?

모님
:   왜? 좀 불편해? 조금 화난 거 같은데.

일경
:   아뇨. 화나긴요. 좋은 말씀 해주시는데요. 저한테 약이 되는 말씀 잘 들어야죠.

모님
:   자, 그러면 1유형이 회피하는 것은 뭘까? 다른 유형이 그랬던 것처럼 집착의 반대? 그렇담 불완전? 아니야. 1유형이 회피하는 것은 분노고, 또 근원적인 죄도 억압된 분노야.

일경
:   분노라고요? 화내는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모님
:   응. 그거!ㅎㅎㅎ 이 부분은 조금만 차분히 들어 봐. 완벽에 사로잡힌 1유형들에게 세상은 도통 공정치가 않아. 기만과 어리석음, 불완전함으로 가득 차 있어서 끊임없이 노력해도 보상이 없어. 때문에 화가 나 있지.

일경
:   그렇죠. 불공평하고,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그러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억압하는 부조리한 세상이잖아요.

모님
:   그래. 맞아. 결코 완전할 수 없는 세상임이 분명해. 그래서 화가 나는 것도 이해할 만하지. 문제는 1유형들은 그 분노를 느끼지도, 표출하지도 못하고 억압한다는 거야. 왜? 올바른 사람은, 착한 사람은 화를 내지 않기 때문에! 분노로 인한 공격적 성향을 엄청나게 억압한다고.

일경
:   글쎄요.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저는 그다지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에요.

모님
:   정답!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지. 화가 나긴 나는데도 말야. 실은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 대화를 시작하면서 내게는 일경이가 느껴지는 시점이 여러 번 있었거든. 어때?

일경
:   아…. 아닌데. 저 화 안 났어요. 모님.

모님
:   그래…. 회피와 근원적인 죄는 모든 유형에게 가장 맞닥뜨리기 어려운 부분이야. 내가 일경이에게 화가 났다고 다그치는 것도 아니고, 비난하는 것도 아니야. 어쨌거나 1유형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 안에 깊이 자리 잡은 분노로 인한 공격성을 눈으로 보고 인정하는 거야. 또 각 유형의 회피나 근원적인 죄가 그렇듯이 이것들은 타인이 훨씬 쉽게 알아보게 돼.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1유형들의 못마땅한 표정과 불만스런 목소리를 통해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걸 느끼지. 이를 악물고 속으로 '느 즌쯔 흐 은   그든' 하고 생각하지만 이미 악문 이와 긴장된 얼굴 표정이 말해줘. 1유형의 방어기제는 반응 형성인데, 이건 즉시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눈 깜짝할 사이 내부 검열 과정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지 결정한다는 거야. 1유형들이 누르고 누르던 화를 결국 분출하고 말았을 때 그 이유를 '내가 화가 난 게 아니라 니가 자꾸 이렇게 불성실하게 일을 처리해서 그러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일경
:   (붉어진 얼굴, 부채질하며) 아휴, 덥다. 저 지금 화 안 났어요. 괜찮다니까요. 모님.

모님
:   그래. 알았어. 음…. 오늘 우리 대화 중에 나왔던 헐랭이 부장님, 스타벅스 가는 크리스천들, 수련회 일정을 잘 안 지키는 청년들에 대한 일경이의 마음을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해 봐. 1유형들이 분노를 억압하고 다른 사람들을 강하게 밀어 부친다고 하는데 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냉혹할지 몰라.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더 열심히, 더 잘, 더 올바르게'를 자신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게 되는 거야.

일경
:   ……. 제가 저를 못살게 굴고 힘들게 한다는 거 알아요. 가끔 저는 제 안에 제 잘못을 지켜보는 심판관이 있는 것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잠잘 때조차도 제가 옳은지 그른지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저는 어릴 때 '잘했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가 늘 뭔가를 지적하셨고…(울먹) 마음 깊은 곳에서 저는 늘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모님
:   (토닥토닥) 그래. 뭐든 잘하려고 애쓰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니. 일경아! 성장한다는 것은 자라간다는 것이지 완벽해진다는 게 아니야. 우리가 불완전하기에 인간이고 피조물인 거야. 이런 우리의 존재론적 위치를 인정하는 것이 완전으로 가는 성숙의 첫걸음이야.

일경
:   불완전해서 인간이라구요?

모님
:   그럼. 하나님은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에게 골고루 햇빛을 비추시고 골고루 비를 내려주시는 분이야(마 5:43-48). 아홉 시에 들어온 일꾼이나 다섯 시에 들어온 일꾼에게 똑같이 품삯을 주시는 분(마 20:1-16).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묵상해 보면 좋겠다. 착하고 올바르기에 상을 주고 은혜 주시는 분이 아니야.

일경
:   아….

모님
:   무엇보다 분노는 소중하고 필요한 감정이야. 내 안에 뭔가 얽혀 있다는 신호지. 화낼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그러나 분노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나의 선택이지. 파괴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표출한다면 1유형들이 그렇게도 바라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데 제대로 기여할 거다. 쾌활한 고요와 참된 인내(성숙의 열매)의 선물이 거기 숨겨져 있어.

일경
:   네. 모님!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많은 도움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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