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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로맨틱하고 디피컬트한 우리들의 성이야기

larinari 2008.09.15 19:31

은혜에게
연애에 빠져서 완전히 잊은 줄 알았더니 아직 내가 쓸모 있는 거냐?^^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지. 네 메일이 뜸하기에 '요 녀석들 핑크빛 모드에 폭 빠져 있구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연애를 가르치는 연애 선생에게 연애 사업으로 바빠서 소식 전하지 못하는 게 어디 미안할 일이냐? 당당하게 '실전을 쌓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십쇼!' 할 일이지. 이렇게 가끔 실전에서 넘기 힘든 어려운 적을 만날 때만 구원 요청을 하면 된다. 그러니까 그 난적이 바로 스킨십이라는 얘기? 도대체 너희 둘이 어디까지 갔다는 말이냐? 궁금한 건 하나도 안 가르쳐주고 말이지.ㅋㅋ


연애의 난제, 스킨십
가끔 청년들 대상으로 이성 교제에 대해 강의할 때가 있단다. '이성 교제'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시절이니 보통은 기대에 찬 눈초리의 청년들을 대하게 된다만, 자기는 이성 교제니 뭐니 하는 것에 딱히 관심 없다는 듯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친구들도 이 주제만 꺼내면 어느새 솔깃해 하는 마음과 눈빛을 감추지 못하더구나. 한창 이성 교제 중인 친구들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불타오르는 욕망을 어느 지점에서 제어해야 하는지가 현실적인 고민일 테고, 싱글인 친구들은 정서적인 외로움과 더불어 풀어낼 수 없는 육체적 외로움과 욕망이 골칫거리일 테니까 말이야.
본격적인 이성 교제가 처음인 은혜에게는 생각보다 더 당혹스러운 현안일 것 같구나. 네 말대로 이미 이런 저런 책을 통해서 머리로 알만큼은 알았던 스킨십 문제라지만 맞닥뜨리고 보니 만만하지가 않지? 이 일로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특한 일이다. 요즘 뉴스나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스킨십이 다 뭐냐? 미혼 커플이 몇 박 며칠의 여행을 함께 갔다는 얘기는 여자 친구들끼리 갔다 왔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고, 임신한 상태에서 결혼식을 하는 커플에 대해서는 '뭐야? 속도위반이야?' 하고 놀라는 것만큼 촌스러운 일이 없는 것 같아. 물론 뉴스에 나오는 연예인들 얘기이긴 하지만 뉴스를 못 타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도 있는 일 아니니? 너나 나나 교회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고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함구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좀 덜한 듯이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


분명한 제어장치 만들기
요즘의 문화가 뭐라 말하든, 특히 너희 세대의 성문화가 어떠하든 성은 부부에게만 허락하신 하나님의 선물임이 분명해(히 13:4).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래서 다소 뒤떨어지게 느껴지는 이 올드한 전제를 확인하면서 스킨십 문제를 얘기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모든 스킨십은 성관계를 지향한다는 것 알고 있니? 지금 데이트 중인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조금만 정직해져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일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면서 그의 손을 잡고 싶고, 그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로맨틱한 설렘조차 성관계를 지향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버 같지? 그 자연스러운 흥분조차 성관계로 가는 진입로니 시작도 하지 말라는 얘길 하려는 것이 아니란다. 그렇게 작은 설렘으로 시작한 스킨십이 성숙하고 건강한 만남으로 가는 길에 위협이 되는 순간이 있다는 거다.
스킨십이 필시 이성이 아닌 성호르몬 자체에 의해서 끌려가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 문제지. 그때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자동차처럼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 거야. 그게 정확히 어느 지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 연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뒤져봤더니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들도 있던데, 은혜가 이미 여러 권을 봤을 테니 참고하길 바래. 책에서 분명히 '옷 속에 손을 넣어 스킨십 하는 건 안 된다'고 읽었다고 해서 실전에서 행동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머리로라도 분명한 선을 그어 두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 같아.

키스를 하는 남녀가 지그시 눈을 감는 건 영화에서 본 너무 자연스러운 장면 아니냐. 어느 책에서 키스를 하는 그 로맨틱한 상황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상대를 발견할 때 깨는 맛을 아느냐고 묻는 걸 읽은 적이 있어. 최소한의 제어장치를 가동시키고 싶다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키스하는 정도의 깨는 의식이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궁극적으로 성호르몬이 마음대로 나를 끌고 가지 못하게 하려면 로맨틱의 끈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서는 어려울 거라는 거야.
지그시 눈을 감으면서 '이제부터는 이 분위기에 나를 맡기겠어요. 자∼ 내 욕망이여, 나를 어디로든 끌고 가보셔' 하는 식의 자기 통제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이 큰 보폭으로 한 발 나가게 되는 게 아닐까 싶거든. 내가 굳이 '내 욕망이여'라고 표현한 것에 주의를 기울여 보겠니? 자매들은 특히 스킨십이나 성관계에서 남자친구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하지만 엄밀하게 그 순간 내가 내 몸을 맡긴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내 자신의 욕망 내지는 성호르몬이 아닐까를 잘 생각해보면 좋겠어.


솔직한 대화로 함께 지키기
데이트에 관한 책이나 강의에서 이런 내용을 접할 때가 있어. '남성들은 여성보다 더 충동적이니 여성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남성들은 시각적 자극에 약하기 때문에 자매들은 데이트 할 때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피해야 한다.' 보통은 남성 저자나 강사였던 것 같아. 과연 남성이 여성보다 성욕이 왕성하고 제어하기 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접근은 스킨십으로 고민하는 커플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제언이라고 생각해.
형제들에게는 '네가 너무 예쁘거나 섹시해서, 네가 나를 유혹해서'라는 식으로, 자매들에게는 '나는 안 된다고 했는데… 나는 정말 안 될 것 같았는데… 오빠가….'  하는 식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전.가.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 같아. 자매들이 옷을 야하게 입어서가 아니라, 오빠가 너무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결과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스킨십의 어려운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은 '나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 말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해. 둘 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연애와 결혼을 꿈꾸는 사람들 아니냐? 자신의 성적 욕망에 대해서 정직하게 대화할 수 있다면 스킨십 문제의 어려움은 반으로 줄어들 거라고 나는 생각해.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함께 정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합의된 지점이 있다면 행여 한 쪽의 제어장치가 망가졌을 때 다른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거절할 수도 있을 테니까. 이미 대화를 통해서 합의된 것이 있기에 그 거절이 은혜가 우려했던 '그 사람 자체에 대한 거절로 오해'되지는 않을 거야. 몸으로는 거절했을지언정 '사실은 나도 당신을 만날 때 손을 잡고 싶고 키스를 하고 싶다. 그러나….'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둘 사이의 신뢰가 더 깊어지고 관계가 더 건강해질 거라고 믿어.
할 수 있다면 은혜가 먼저 이렇게 용기 내서 말해보렴. 몸으로 가까워지는 이상의 친밀함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야. 자신의 몸이 원하는 것과 영적인 바램을 지혜롭게 분리해서 말할 수 있는 여성은 얼마나 매력적이냐? 정서적인, 영적인 친밀함의 진도보다 몸의 진도가 앞서 나갈 때, 남녀 관계는 크든 작든 반드시 균열이 오게 되는 것 같아. 두 사람이 늘 솔직한 대화로 보다 높고 깊은 사랑의 차원을 열어가길 바란다.


 

선생님 데이트 시절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지? 이렇게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것 같아. 정서적 친밀함보다 앞선 몸의 친밀함으로 갈팡질팡하고, 피차 힘들어하다 헤어짐을 경험하기도 했었고. 은혜가 지금 고민하는 것들을 하나도 피해갈 수 없었고, 애초 피해갈 수 있는 길도 아닌 것 같아서 시행착오 끝에 둘이서 합의를 본 것이 정직하게 대화하자, 그리고 함께 기도하자였어. 늘 그렇게 하지는 못했지만 데이트하려고 만나자마자 그날의 데이트를 위해서 함께 기도했었단다. 기도하되 구체적으로 스킨십을 잘 제어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했었고, 오늘 데이트는 손을 잡는 것 이상으로 나가지 말자는 약속을 해 보기도 했었고.^^ 그렇다고 늘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그러면서 서로의 연약함도 보고 함께 감당해주는 유익도 있었지. 둘 사이에 힘들고 어려운 문제, 심지어 스킨십과 성문제에 있어서도 너희 사이에서 중보하고 계시는 성령님을 의뢰하길 바래. 그러면서 두 사람이 로맨틱함과 순결함을 동시에 거머쥐는 멋진 연인이 되어가길 기도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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