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줄께 다섯 시간이라도, 여덟 시간이라도 말해봐'
하면 얼마든 떠들어댈 수 있는 사람?
나! 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입 다물고 마음으로라도 얼마든지 떠들 수 있는 사람?'
 나! 나님!



30분 전 도착한 본당에선 이미 꽉 찬 자리에 아주 조용한 열정들이 충만하다.
30분 동안 조용히 그 분 앞에 있기로 마음 먹었으나 그 분과의 대화는 어느덧 어떤 사람과의 대화 아니! 일방적 퍼부음으로 바뀌어 있다. 겉보기엔 조용한 침묵이나 마음은 시끌시끌하다.
아니지. 이거 아니지. 다시 그 분 앞에.....



예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회보시는 목사님의 절제된 언어가 나를 이끌어간다.
얕고 경박한 내 신앙과 신학이 조용하고 강요란 없는 설교 앞에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



설교의 끝자락에서 나의 그 분은 십자가 그늘 밑으로 다시 나를 초대한다. 기꺼이 자발적으로 하늘의 권리를 포기한 그 선택만이 진리이고 생명이었노라고. 나눌 것이 없다고 단정지은 삶이 바로 지옥이고, 기꺼이 포기하기를 선택하는 삶이 생명이라고. 그렇게 살으라고 하신다.
생각해 보아라. 네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언제 자유로왔는지? 라고 하신다.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청년들에게, 치료로 만난 아이들에게, 엄마와 동생과 시어머니와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의 시간과 가진 것을 줄 때 자유롭고 행복하지 않았던가?
슬픈 헤아림을 멈추고 기꺼이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힘이 진짜 믿음이도 생명이다.



마음까지 조용해져 내 말을 멈추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안식이다.
그 안식의 시간 동안 진짜 나를 만나고 나의 주님을 만난다.
오늘도 본당을 사수하길 잘했다.



맛있는 레몬티라미스와 커피로 조용한 안식일을 즐겁게 안식할 날로 채색한다.
밝은 찻잔처럼 마음이 밝다. 한 시간 두 시간 공허한 말을 떠들어대지 않아도 충만하다.



침묵 속에 잠잠히, 즐겁게 안식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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