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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여정

취소, 그리고 대형사고

larinari 2017. 10. 16. 19:55




2단계가 예정되었던 토요일이었습니다. 고심 끝에 취소했지요. 말끔한 마음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생긴 휴일이니 한결 더 여유로운 토요일이 되었습니다. 몇 가지 일과 더불어 꼭 산책을 해야겠다, 산책 하다 어느 벤치와 눈이 맞으면 거기 앉아 책이나 한 권 끝내야지 싶었지요. 고급인력 조교인 수진 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대형사고가 터졌다구요.


세미나 취소된 걸 모르시고 한 선생님이 포항에서 오신 것입니다. 착오와 착오가 교차하며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선생님은 한 번 신청으로 영성과정 신청까지 다 된 걸로 아셨고, 취소 문자는 신청하신 분께만 보내드렸으니까요. 게다가 페이스북도 안 하시니 통 소식을 모르셨던 거지요.


마포도 아니고, 포천도 아니고, 포항에서 오셨어요. 이걸 어쩌나! 두 시간만 기다려 주십사 하고 일단 준비하고 튀어 나갔습니다. 명동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죄송하고, 점심식사라도 대접해야지 싶었습니다. 반갑게 만났습니다. 명동에 오셨으니 명동칼국수 어떠시냐고 제안했습니다. 16년 미국생활에 한국 들어오신지 3년 지나는 동안 명동에 처음이시라구요. 미국에 계실 때 비오는 날에 명동칼국수 생각이 났었다네요. 뭔가 시작부터 좋았습니다.


식사하고 한 사발 가득 라떼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제 책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에니어그램>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으셨다구요. 읽으신 후에 저자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네요. 책으로나 만나지 저자를 직접 만나고 싶은 생각은 처음 드셨다고 합니다. 5유형이십니다. 직접 만날 기회가 있어도 부러 피하실 분들이죠. 글로 만나는 게 제일 편하신 분들 ^^ 책을 읽고 쓴 사람이 궁금해졌다는 것, 그 누구도 아닌 5유형의 말이니 제가 많이 고무되었습니다.


여하튼 그러다 검색하여 세미나를 발견하셨고, 지난 번 1단계에 참석하셨었죠. 이번에는 세미나 시작 전에 도착하시고자 하루 전날 올라와서 주무셨다는군요. 여하튼 결론은, 5유형이 시도하기에는 정말 어려운 일(특별한 주제 없이 직.접. 만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선생님께는 물론이고 제게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내적여정, 영성에 관해 공부하면서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겠지요) 틀어진 계획으로 인해 꼭 필요한 강의를 듣게 되고, 꼭 만나야 할 도반들을 만난 경험이 많습니다. 꼭 듣고 싶은 강의가 인원 미달로 취소되었다 하여 낙심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어요. 몇 년 후에 전혀 다른 곳에서 개설된 강의를 찾았지요. 정말 좋은 배움이었고, 만남이 깊어져 스승님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한참 뒤에 얘기 나누다 보니 몇 년 전에 취소되어 놓친 그 강의의 강사이셨어요.


오늘 꼭 이렇게 만났어야 했구나! 싶었습니다. 강의 취소로 10여 분들께 아쉬움을 드렸지만 단 한 분과 얼굴과 얼굴로 만나야 했던 모양입니다. 적잖은 위로와 기쁨이 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값지고 신비롭습니다. "취소되고 착오가 일어난 데는 다 뜻이 있었네, 하나님 뜻이 있었네" 라고 말하면 쉬운데 저의 큰 아이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요. "아우 참, 정말. 아니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왜 모든 걸 다 그렇게 말해? 뭐든지 다 하나님의 뜻이야? " (얘도 교회는 다닙니다.)


산책 따위! 산 책(alive book)인 사람,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참으로 신비로운 대형사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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