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것만 비슷한 줄 알았더니...

지난 주 토요일 아침.
현승이는 아직 어린 것이 금요일 저녁에 잠이 들면서 꼭 하는 말이
'나 내일 유치원 안 가? 아~ 늦잠 잘 수 있겠다'
이러시는데 이건 직장생활에 쫌 찌들어본 피곤한 직장인이나 하는 소리 아닌감요?
암튼, 토욜 아침. 학교가는 채윤이랑 출근(?)해야는 아빠를 깨우는 중.
엄마 닮아서 한 번 깨우면 벌떡 일어나는 채윤이랑 같이 합동작전으로 아빠를 깨우고 있었다지요. '자~ 아빠 괴롭히기 시~이작!' 하면서 본격적인 공격개시 하는 순간. 이불 뒤집어 쓰고 있던 현승이 눈을 번쩍 뜨고는 '하지마! 괴롭히지마!' 합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해야하나? 잠을 자 본 놈이 잠맛을 안다고 해야하나?
지켜주겠다는 거지요. 최소한 잠자는 아빠는 지켜주겠다는 거지요.ㅎㅎㅎ
그 말에 웃겨서 킥킥 웃느라고 아빠의 잠이 달아나버리는 쾌거를 이뤘다는 거죠.

지난 주에 도사님 니트티를 하나 사야해서 쇼핑을 하는데,
남자들이 회색 입은 걸 좋아하는 저는 보는 옷마다 일단 그레이톤에 먼저 손이 갔죠.
자기 옷을 사도 늘 미온적인 태도인 도사님께서 슬쩍 한 마디 하십니다.
'나 실은 회색 싫어해. 이런 색(네이비를 가리키며) 밝아서 좋더라구'
아뉘, 그걸 10년이 넘도록 안 알켜주고 여태 회색 옷을 그리 넙죽넙죽 입고 다녔단 말이오?

그 다음 날 아침.
유치원 가는 현승이 옷을 입히면서 날이 추워졌길래 목까지 올라오는 회색 폴라티를 꺼내서 입히려 하는데.... 현승이 녀석 '이거 안 입을래. 이거 입기 싫어' 합니다.
날이 추워서 이렇게 목이 올라오는 걸 입어야 한다고 설득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목을 끼우면서 하는 말.
'나 회색 싫어해. 색깔이 쫌 깜깜해 보인단 말야'
에? 아빠랑 입 맞췄냐?

우씨, 나는 남자들 회색 입은 거 좋아하는데 두 남자 다 싫어하니 이제 맘대루 사다 입히지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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