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는 분당에 있는 유치원의 부모교육을 다녀왔다. MBTI 검사를 하고 자녀양육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분당 엄마들 콧대가 여간 아니라고 원장이 미리부터 겁을 엄청 주었었다. 아닌게 아니라 시작하는데 분위기가 썰렁한 것이 장난 아니었다.

나로서는 MBTI 강의는 언제해도 나 자신이 재밌는데...이제는 부부, 자녀관계에 대해서는 내가 삶으로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강의를 하면서 강의안을 보지 않아도 얘기가 술술 나올 정도로 익숙해진 것 같다. 나 스스로 재밌고 자연스럽다보니 어느 새 도도한 분당 엄마들이 여느 엄마들 처럼 웃고, 자기 아이들 얘기를 하고 그랬다. 참으로 행복한 경험이었다. 많이 부담돼서 더욱 기도하게 됐었는데 이제는 정말 내 것을 가지고 MBTI 웍샵을 하는 느낌이었다. 웍샵 중에도, 마치고 나서 고맙다는 엄마들의 인사에도, 원장의 인사에도 '도우시는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었다.



주일에는, 남편 학교 교수님의 요청으로 안양에 있는 교회 청년부에 결혼 강의를 갔다 왔다.

한 2년 쯤 전인가? 대학생 선교단체 수련회에 남편과 같이 결혼 강의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좀 더 실제적이고, 재밌고, 신선한 강의를 위해서 듀엣으로 강의를 했었다.


교제하기 전 얘기, 연애하다 헤어진 얘기, 다시 만나서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세우는 얘기까지 둘이 각자의 입장에서 같은 사건을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한 기억이 있다.


요즘 워낙 시간이 없는 남편인지라, 같이 할 것은 엄두도 못냈다. 나 혼자 강의 하기로 하고, 처음엔 준비했었는데 막판에 남편이 같이 하는데 용기를 냈다. 그렇다. 용기다. 이런 강의를 같이 하려면 남편으로서는 최소한 1주일은 두고 준비를 해야한다. 얘기 나누고, 구조화 시키고, 강의안 만들고....

게다가 김종필씨는 약각 low-self esteem 아닌가? '내가 뭐 강의할 내용일 있겠냐? 내가 하는 말이 청년들한테 뭔 도움이 되겠냐?' 하는 식이니까....


어느 새 많이 자란 채윤이와 현승이가 이제 강의하는데 데리고 가도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지들끼리 교회 놀이터에서 놀고, '본당이 어디냐'고 사람들에게 물어 엄마빠를 찾아오고, 둘이 알아서 쉬를 하고....


그렇게 해서 다시 우리의 만남과 그 속에서 우리를 자라게 하신 하나님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내내 자신없어하던 남편이 설교 몇 달 했다고 말하는데 강약도 집어 넣어가며, 순간적으로 애드립으로 사람들을 웃겨가며 얘기를 잘도 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는 '과연 이런 얘기가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두 사람이 만나고 결혼한 얘기는 결혼 집들이 때마다 허다하게 많이 들을텐데...모처럼 기대를 가지고 강사랍시고 불러다 놨는데 이런 자기네 연애 스토리나 늘어놓는 것이 청년들의 연애와 결혼에 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이런 의구심을 주로 남편 몫이었는데....^^


결혼 전에 유아교육, 여성학....것들을 공부하고 관심을 가지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가정사역을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는 가정사역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살짝 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지만....가정 사역자가 되기 위해서 그 어떤 시도를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남편과 더불어 서로를 잘 알아가고, 온전히 이해하고, 더 잘 사랑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 그게 전부였다. 헌데, 어느 새 아이들이 저렇게 크고 결혼이나 가정을 세우는 일에 대해서 말 할 자리가 우리에게 조금 씩 주어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참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인데....조금씩 조금씩 이런 자리에 서게 하시고 또 이런 자리로 인해서 더 자라게 하심이 한량없는 은혜다.


누군가를 가르치겠다 하고, 돕겠다고 하는 것은 이미 돕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그르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내게 주어진 것을 충실히 감당하고, 기도로 하늘의 지혜를 구하며 나 자신이 배우고 또 배우는 것. 그것에 족하는 삶을 추구해야하지 않을까?


이런 일들로 마음이 높아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더욱 낮아져서 배우는 사람이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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