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학원도 안 보낼 뿐 아니라 공부로 크게 닦달도 안합니다. 세속의 잣대로 아이들을 재단하면 키우지 않겠노라는 큰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건 꽤 외로운 일이기에 먼저 부모가 된 분들의 성공담을 듣고 용기를 얻었으면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목회자들 아니면 목회자 수준의 믿음을 가진 평신도 어른들께 이런 간증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이들 과외를 시킬 형편이 안됐다. 목회자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과외를 시키겠나. 과외 안 시키고 기도했다. 기도하며 키웠더니 우리 아이들 다 잘 됐다. (여기서 부터가 NG입니다) 어떻게 잘됐냐면, 결국 좋은 대학 갔고 좋은 직장도 갔다. 하나님께 영광!'
...
오늘은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님의 간증 아닌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과외시키지 않았다. (자, 여기서 ‘시킬 수 없었다’가 아니라 '시키지 않았다'에 주목합시다) 아이들을 세속의 기준에 줄을 세워서 키우지 마라. 우리 아이들 과외를 시키지 않았다. 더 높은 곳, 더 좋은 학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양육의 원칙에 맞지 않아 마다했다. 그래도 암튼 어느 대학에(내가 보기엔 좋은 대학이었다) 대학 들어가서 더 안 좋은 대학을 선택해서 학교를 바꿨다. 이게 감사하다. 세속의 기준으로 더 낮은 곳을 내려가는 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아이를 보며 감사하다’

물론 전자의 간증 역시 하나님의 은총일 것입니다. 허나,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자면 지금 이 시대에 과외를 안 시키고 좋은 대학 보냈다는 간증은 감동을 주기보다 (대한민국 부모 된 죄로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등골 빠지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약을 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꼭 이런 간증을 하고 싶다면 정말 지혜롭고 겸손하게 접근해야겠지요.
제게는 오늘 들은 경험담이 진정으로 위로가 되고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 땅의 수고로운 짐을 지고 가는 이들에게 제대로 복음이 되는 것들은 이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과외를 안 시키고, 그로 인해 더 낮은 대학에 가는 아들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이런 삶이 복음의 능력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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