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초부터 TV 없이 책장이 거실벽을 차지하고 있어서 여느 집 거실세팅이 나오질 않았다.
신혼 초 살았던 집들엔 소파는 커녕 채윤이 보행기 굴릴 공간도 안됐었으니까.... 음...
그 때 얘긴 패쑤~



수 년 동안 우리 집 거실의 1차 용도는 모.임.이었다. 목장모임, 목자모임.

좁은 거실에서 안쪽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에 가려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나와줘야 하는데..... 바깥쪽에서 놀던 아기가 안쪽에 앉은 아빠에게 가서 안기러 갈 아장아장 할 틈은 비워놔야 하는데.... 이것이 관건이었고.


거실이 꽤나 넓어졌을 때도 장정 열 두 명이나 때론 그 이상이 둘러앉아 밥 먹고 움직일 순 있어야하는데... 가 역시 거실이 존재하는 제1의 목적이었다.


안 그래도 못 들였겠지만 소파가 우리집 거실 제1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가끔 남편이 '여보, 집에 오면 침대 말고 몸을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게 참 아쉬워' 하곤 했었다.


소파를 들였다.
정말 맘애 드는 스탠드를 바라보며 편안히 몸을 기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믿겨지지 않을 만큼 좋다.
한편, 지난 수 년간 우리 집의 일상이었던 환대, 그 역할의 상징이었던 거실이 쉼표를 찍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친다. 젊은 부부의 갈등과 사랑이, 청년들의 희망과 절망과 열정과 사랑이 때로 눈물로 때로 웃음으로 가득찼던 공간말이다. 마음 한 구석 찬바람 한 줄기 훑고 지난다. 그리움일 것이다.


자주 소파에 앉아 여유를 부린다. 아니, 늘 앉아 여유를 누린다.
한 때 누군가를 위해 내어주었던 거실이 지금 오롯이 나와 식구들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음에 별다른 감정은 건져올리지 않으려한다. 그저 오늘 주어진 것들을 감사함과 자유함으로 누리려고 한다.


예쁜 스탠드와 음악과 커피가 있는 이 거실에서 포근한 소파에 나를 누이며....







사진 : 왼쪽 두개는 소파 들어온 날 기뻐 날뛰는 엄마를 위해 채윤이가 찍어준 사진이고,
오른쪽 방금 전 엄마랑 티격태격하다 삐진 현승이의 무거운 마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소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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