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많은 시간은
'함께함' 보다는 '기다림'의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결혼 전 대학원 시절 JP는 학교 앞에 와서 오래오래 날 기다려주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
직장 다닐 때도 직장 근처 카페에서,
같이 퇴근하기 위해 지하철 역에서,
간혹 회사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키고 김기사의 자세로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어딘가에서 만날 때면 늘 5분 일찍 도착하는 남편이
5분 늦게 가면서도 당당한 나를 기다렸지요.
그 모든 시간에 복수하고 보상을 받듯
기다림의 갑과 을이 대대적으로 바뀐 적도 있습니다.
신대원 3년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나는 내내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두 녀석의 목 매는 그리움까지 내 몫으로 떠안고 보면 처절한 시간이었지요.
요즘은 주구장창 남편의 퇴근 시간을 기다립니다.
남편이, 아빠가 퇴근한다고 별 세상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오늘은 '기다림' 자체를 목적삼아 집을 나섰습니다.
포천에 심방이 있는 남편이 '같이 가자' 제안을 했고,
아이들이 기꺼이 결재를 해줬습니다.(점심에 삼양라면을 먹게 해주는 조건으로 ㅎㅎ)
한 시간 정도 드라이브 하는 느낌으로 달려 와서 목싼님은 심방 들어가시고,
혼자 이렇게 좋은 시간을 누립니다.
원고도 좀 쓰고 싶고,
독서도 하고 싶은데
제일 하고 싶은 건 '나 된장질 한다' 자랑하기.
시인의 말처럼 기다림이 만남을 목적하지 않아도 좋군요.
늦게 나와라. 늦게 나와라. 주문을 걸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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