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온 식구가 <복면가왕>을 잊고
<불후의 명곡>과 <히든 싱어>에 빠져서 보냈습니다.
그 여파로 저녁마다 거실을 채우는 노래는 거의 신해철.
장래희망이 '옛날 가수'인 '노소년' 또는 '소노년' 현승이의 선곡입니다.
신해철 1주기를 맞아 그를 기억하는 노래가 여기 저기서 많이 들립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아도 그냥 참고 듣거나 보는데 가끔 화면에 그의 가족들이 보이면
여지없이 터져버립니다.
참 좋은 아빠를 너무 어려서 잃은 아이들에게 유난히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그 아픔이 내 아픔에, 내 상처가 그 슬픔에 잇대어지기 때문이겠지요.
저 예쁘고 해맑은 딸내미가 살아갈 날을 지레 짐작해보는 탓입니다.
생의 길목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올 그리움,
그 그리움에 압도되어 잠못 이룰 밤들,
애초 제 몸에 붙어 있던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겠지요.
또 신해철 노래의 가사는 여전히 내게 질문를 던집니다.
그는 왜 그리 살고 죽는 것, 의미에 대한 고뇌가 많았을까요?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그대여
-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 민물장어의 꿈-
채윤이가 카톡으로 저 그림을 보내왔습니다.
픽, 웃으면 고개를 듭니다.
신해철의 노래에 취해 오랜 시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나봅니다.
뒷목이 뻐근합니다.
킥킥, 웃다가 비온 뒤에 더 깨끗해진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 누구야!
저렇듯 따뜻한 상상력과 유머를 가진 사람은.
저 그림을 그린 분,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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