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푸름이 이야기

방학이 일 년이라서3_여성의 귀환

by larinari 2016. 2. 17.




왜애?

뭐가?

엄마가 지금 나를 한참 봤잖아.

부러워서. 니가 제일 부러워.

촴, 아빠도 내가 제일 부럽다는데.


채윤인 이런 나날을 살고 있다. 진짜 


월요일과 목요일에 두 번 꽃친에 놀러간다.

요즘엔 꽃친 중 뜨개질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 지도 하에

동대문에 실을 사러 다녀와서는 목도리 뜨기에 열을 내고 있다.

잔뜩 늘어진 채윤이가 실타래를 늘어뜨리고 뜨개질 하고 있는 걸 보노라면

일 없는 고양이가 앞발로 실타래 굴려가며 뒹굴고 있는 그림이 오버랩 된다.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누나를 현승이가 자꾸 가 건드린다.

때리고 도망가고, 내가 확 풀어버린다! 하면서 나꿔채고.


평소같으면 한 대 맞고 두 대 때리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야 하는데....

그러다 먼저 선발대로 혼나는 게 채윤이 배역인데....

인내심이 장난없음이다.

심지어 오히려 현승이가 선발대로 엄마 아빠에게 구박을 듣게 된다.

김현승, 누나 그만 건드려. 그만하라고 했다.

너 내일 학교 가지? 좋을 말 할 때 누나 건들지 말고 가서 자.

중요한 것은 이런 와중에 채윤이 여전히 평상심을 잃지 않고

뜨개질 하는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현승이 학교 가고 여전히 소파에 앉아 뜨개질 중이던 채윤이의 한 마디.

엄마, 나 참 여성스러운 것 같애.

이렇게 뜨개질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고 너무 여성스러워져.


아닌 게 아니라 너 어제 현승이가 아무리 까불어도 흥분 안 하고 다 봐주더라.


엄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내가 뜨개질을 하다보니가 나도 모르게 여성스러워져.

애써서 참은 게 아니고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걸 깨달았는데.....

내가 그렇게 참으니까 엄마가 나를 인정해주더라.

내가 먼저 흥분해서 소리 질러서 더 많이 혼난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았어.


뜨개질 하다 여성스러워지는 채윤이 긍정 포인트 쌓이고 있음.

사춘기 오면서 비기싫음 포인트 막 쌓이는 현승이 덕에 더욱 돋보이고 있음.


햇살 쏟아지는 거실 카페트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하는 고양이처럼

방학이 일년인 채윤이의 하루는 뭔가 너무 여유로워 턱이 빠질 것 같은 그런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