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기다렸다.
정말 많이 기다렸어.
말은 안했지만 내심 진짜 기다렸지.
방학도 끝나가니 어디든 바람 쐬러 갈까도 했지만
많이 기다린 눈, 거실 앞 산에 한가득인데 널 두고 어딜 가냐.
이 풍경 누려보자고 치루는 비용이 얼만데,
거실 앞 산할아버지가 있잖아!
이걸로 위안 삼아 퉁치는 정서적 비용이 얼만데.
오늘 같은 날은 유리창 앞에 붙어 꼼짝 않고 누려야지.
오징어 반 떡 반
오징어 떡볶이로 점심 하고.
날씨가 끝내주니
국물도 한 번 끝내주는 걸로.
미친 듯 쏟아지다 감쪽같이 사라진 너
너가 사라진 자리에는 햇살 금세 한가득
10분 만에 바뀐 그림.
어어어어, 녹지도 않는 눈꽃송이가!!!!
바질 화분에 함박눈 한 조각 같은 꽃이 피었다.
창밖 풍경에 내 정신을 쏙빼놓더니
그 사이에 살짝 피었니?
진짜 너, 너들, 사랑스런 너들!
눈이 오면 애들이 뛰어나가곤 했는데,
애들 크고 애들 크는 사이 늙은 어른이 산보 나가고,
어른 된 아이가 늙은 어른을 찍었다.
아파트 화단에 꽃이, 하얀 꽃이, 백철쭉이라는 하얀 꽃이 피었다.
거실 밖 설경이 아까워 집구석을 지키던 네 식구
날이 어두워져 창밖에 뵈는 것도 없고
아쉬울 것 없으니 과감히 집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눈 오는 월요일. 네 식구 뒹굴뒹굴.... 아, 어디서 봤더라....
어머, 어머
10년 전 어느 눈 오는 월요일 추억의 추억.
데쟈뷰 놀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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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larinari.tistory.com/m/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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