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5년 전의 포스팅이라며 올라왔다. 엄마 생신잔치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생신상을 차려 드렸다. 엄마 생신을 지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저 날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4주기 추도식이 며칠 남지 않았다. 엄마의 마지막 생신을 추도식을 기억하는 봄날이다. 

“맞는 놈이 여기 쳐라, 저기 쳐라 허남? 혀주는 대로 먹는 거지”

이라니... 우리 엄마도 충청도 화법 쩔었었네! 돌아가신 엄마가 웃음을 준다. 5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엄마 이야기를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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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폭, 순진무궁 우리 엄마(2019년 3월 5일)

생신상 차린다고 떠벌이고 생색 낸 김에 애기가 된 우리 엄마 얘기에 음식 자랑까지 해본다.

#1

딸 채윤이가 외할머니 생신 미역국을 끓여 드리고 싶다고 전날 밤부터 공을 들였다. 엄마랑 통화하며 기분 좋으시라고(미리 감동 먹으시라고!)알려드렸다.

“엄마, 채윤이가 할머니 생신 미역국을 끓였어. 내일 와서 채윤이 미역국 맛 봐.”

“미역국? 나 미역국 안 좋아하는디. 사골국이 좋지!”

#2

이런저런 메뉴를 짜서 장을 잔뜩 봐놓고 엄마를 떠봤다.

“엄마, 뭐 드시고 싶은 거 없어? 뭐 해줄까?”
“맞는 놈이 여기 쳐라, 저기 쳐라 허남? 혀 주는 대로 먹는 거지”
“그래도 엄마 생신이니까 엄마 드시고 싶은 거 해야지. 뭐 먹고 싶어?”
“뭐 먹고 싶냐고? (침 꼴까닥) 치킨!”

요즘 정말  (평생 입에 대지 않았던) 치킨 피자를 드신다. 여러 번 여쭤봐도 비슷한 대답이다. 우리 집 오는 길에 동생이 마지막으로 물었단다.

“엄마, 치킨! 불고기! 뭐 먹고 싶어? 누나한테 뭐 하라고 해?”
“나? 뭐 먹고 싶냐고? (침 꼴까닥) 짜장면!”

자장면, 치킨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결국 저 음식을 다 차리고 엄마를 위해 치킨 한 마리를 시켰다. (실화!) 물론 치킨은 손주들이 다 먹고. 엄마는 잡채랑, 싫다던 미역국 건더기 없이 국물만 해서 맛있게 드셨다. “우리 채윤이가 끓인 미역국 맛있게 잘 먹었다. 미역국이 제일 맛있다.” 하셨다.

순진한 애기가 된 엄마는 입맛도 초딩이 되고, 갈수록 빈말을 못하시니 일상이 팩트 폭행인데. 팩트로 한 대 얻어맞으면 바로 큰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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