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돼지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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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네 번째 돼지다.
첫 번째 돼지는 잡아서 카메라를 사고,
두 번째 돼지는 레이저 프린터를 하고,
세 번째는 부부 일일 여행경비로 쓰고,
이번에는 뮤지컬 '라이언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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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신 분이 "여름 휴가를 포기하시더라도 애들하고 이걸 보세요"하면서 강추를 했다.
'내일은 뮤지컬 배우 김채윤'을 위해서도 한 번 봤으면 싶었는데 웬만큼 비싸야 언감생심 꿈이라도 꿔보지... 채윤이 여섯 살 때 선물받은 '와이키키 부라더스' 초대권으로 국립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하던 채윤이. 원래 입장도 불가한 거였고, 내용은 이해도 안될테고 시간은 늦은시간이라 피곤할텐데 목을 빼고 뮤지컬에 빠졌었다. '라이언 킹'은 에니메이션도 봤고 음악도 많이 들었는데 채윤이가 보면 딱인데....ㅜㅜ

이러면서 침만 삼키고 있었는데....
갑자가 몇 년 동안 열심히 거둬 멕여서 배가 터질려고 하는 분홍 돼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뜯어보자!!!!
뜯어봤더니 희한하게도.....네 식구 뮤지컬 보는 돈과 딱 8000원이 더 들어있다.
8000원은 음료수 값!ㅎㅎㅎ
근데 더 기쁜 건, 아빠 여름 사역으로 시간이 나질 않아서 예매를 미루고 미루다보니 막판 할인행사에 또 걸렸네. 그래서 음료수 값에 저녁값까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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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끔 영화나 봐주면 문화에 그리 고프지도 않는 정도의 삶이다.
뮤지컬은 보면 감동 백배 좋기는 하겠지만 워낙 비싸니까 우리 같은 사람이 누릴 문화생활은
아니라고 제껴두고 산다. 근데 채윤이를 생각하면 1년에 한 번 쯤은 내일의 꿈나무를 위해서 경험을 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몇 년 동안 집안에 굴러다니는 동전들 돼지한테 갖다 먹이는 하찮은 일로 이런 좋은 기회를 갖게 되니 거저 얻은 행복처럼 기분이 날아갈듯 하다. 주머니가 넉넉해서 떡하니 네 장의 티켓을 갈등없이 사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행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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