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분들은 참 힘들겠다 싶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글을 가지고도 이렇게나 스트레스를 받고,
이걸 쓸려면 한 며칠은 애들 와서 얼쩡거리면 완전 불벼락을 내리고...하는데 말이다.
A4 두 장 짜리 글을 쓰면서 이렇게 머리를 쥐어 짜다니...

평생 공부하기, 독서에 대한 책과 나름의 책에 대한 글이다.
다 쓰고 남편한테 심사를 받으면서 "여보! 청년들이 이 글 읽으면 책 읽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 했더니...."아니~ 대부분 이 글을 안 읽지" 이런다.ㅜㅜ
청년들이여! 책을 읽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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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고미숙, 그린비


남편과 함께 결혼과 연애에 관한 특강을 갈 때가 가끔 있다. 남편이나 나나 청년기-정확하게 말해서 교회에서의 대학 청년부시기-를 남다른 진지함과 지난한 고민으로 보낸 터라 청년들의 일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 또한 남다르다. 생각해보면 청년의 시기에 연애와 결혼, 소명을 찾아 가는 것, 자기를 확고하게 해 가는 것(자신의 매력을 발견해 가는 것) 등이 따로 떨어져 있는 일이 아니다. 연애와 결혼에 관한 얘기를 하다보면 자기 정체성에 관한 얘기를 안 할 수 없고, 소명이나 직업에 관한 얘기 또한 빠질 수 없다(많은 커플들이 헤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사람 중 하나 특히 형제들이 진로에 관한 고민에 빠져있을 때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개인적으로 내리고 있다). 때문에 강의할 때마다 ‘이런 배우자를 허락 하소서’ 라며 목록을 적고 정리하는 시간에 ‘이런 배우자가 돼야지’ 하며 자신을 가꾸라는 말을 빼놓지 않고 한다. 어떤 사람이 나의 짝일까를 찾느라 쏟는 에너지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라는 얘기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소명은 무엇인지를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에게는 뭔가 다른 것이 풍기게 된다. 그 뭔가 다른 향기는 뭇 이성을 끌어 모으는 꽃향기가 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청년들이여, 꽃을 찾는 나비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나비를 불러들이는 향기로운 꽃이 되는데 자신을 투자해라!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매일 빙빙 도는 뿔테 안경 끼고 양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은 채 삶에 대한 고민과 기도의 흔적을 가지고 칙칙한 번민의 나날을 보내란 말인가? 나를 가꾸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말이다. 어렴풋이 답이 나올 듯 말 듯 한 이 난제에 대한 답을 뜬금없이 <호모 쿵푸스-공부의 달인>이라는 책에서 발견한다. 이 책의 저자 고미숙의 입을 빌어 한 마디로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다. 공부하라! 매력 있는 청년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면 된다.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지긋지긋하던 공부를 또 다시 하라구? 그럴 수 없다규욤!’ 라는 대답이 들리는 듯하여 사실 젊은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공부해라. 책 읽어라’ 하는 말을 강하게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 헌데 고미숙 이라는 공부의 달인은 ‘공부하고 책 읽으면 매력남, 매력녀가 될 뿐 아니라 연애에 성공한다’ 라고 자신 있게 선언한다. 이 뿐 아니다. 공부를 갖다가 연애에다 끌어다 붙이고, 밥상 얘기에 끌어다 붙이고, 신체의 전이, 우정, 심지어 혁명에까지 끌어다 붙인다. 연애 성공하고 싶은 사람 공부하고, 자신의 기질을 바꾸고 싶은 사람 공부하고, 인생의 모든 순간 공부하고 책을 읽으란다. 그래서 사람을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로’ 갈라놓으니 이거 뭐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란 얘기인고?


나는 ‘공부’ 하면 시험공부가 떠오른다. 그리고 도대체 내 머리 속에는 그려지지도 않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의 특산물이 뭐고, 몇 년도에 고구려가 세워졌다가 몇 년도에 망했고-아직도 내 입을 맴도는 근초고왕! 그런데 근초고왕이 몇 년도였더라?- 하는 것들을 무작정 암기해야 했던 괴로운 시험 전 날 밤이 생각난다. 그렇게 의미도 모르고 무작정 한 공부로 대학을 갔다. 전기 대학에 실패해서 후기대를 갔다는 것이 창피했다. 학교출판사가 인쇄된 교과서를 누가 볼까 감추며 들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내게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공부’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다행히 대학 이후에 참 공부에 눈이 떠 즐겁게 적극적으로 공부하며 그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다지만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대학생활을 하던 중 비로소 모르는 걸 알고 싶어서 책을 선택하고 읽으면서 내 몸과 마음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참 공부를 하게 된 것 같다. 학교에 입학을 하자마자 선배들은 ‘의식화 교육’을 위해서 철학 세미나라 불리는 -매주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시켰다. 거기서 배우는 것들이 신기하기만 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살짝 느끼게 해줬지만 나 스스로 선택한 공부가 아니라서 슬슬 자존심이 상했다. 그 모임에 나와서는 선배들이 가지고 있던 커리큘럼에 있는 책들을 혼자서 읽었다. 대부분 사회과학 책들이었고 현실참여적인 시와 소설들이었다. 단지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열심히 읽었다. 한 책을 덮으면 자연스레 이미 덮은 책에서 소개한 다른 책이 떠오르게 마련이어서 다음 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한 혼자공부는 여성학 책에서 종착역을 맞았다. ‘너는 유아교육학과니 여성학과니?’ 하며 친구들이 놀렸다. 바닥을 기던 학점이 들통나면 ‘야! 너 여성학과로 편입하면 수석하겠다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교육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이오덕 선생님이나 윤구병 선생님 같은 분들을 책으로 만나게 되니 세상에는 참 바른 생각으로 가르치시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았다. 율동이나 하고 손유희나 하는 유치원 교사이고 싶지 않아서 손이 가 닿는 대로 여러 인문학 책들을 읽었다. 더불어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과 다른 뉘앙스의 메시지를 전하시는 목사님의 설교가 당혹스러워질 때는 예수님을 믿고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책들을 만나서 과외수업을 받았다.

모든 젊은이들이 가는 길, 연애와 실연의 상처로 앞이 캄캄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이제 다시 연애 같은 건 안 하리라’ 라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뭐가 문제지? 앞으로 또 실패하는 연애를 하기는 싫은데..’ 하면서 크리스천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책을 손에 들고 나의 실패한 연애를 진단하면서 몇 년을 보냈다. 주변을 돌아보니 나와 똑같은 문제로 고민하며 답을 못 찾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함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책을 읽고 나누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모임을 가졌다.

결혼하고는 남편 한 사람 정도 사랑하고 이해하는 일은 내게 껌 씹으면서 할 수 있는 만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 걸!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마침 진로를 바꾸어 하던 공부가 음악치료였으니 ‘사람’에 대한 탐구가 이  때부터 새로운 공부 프로젝트가 되었다. 남편 한 사람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관계에 관한 공부’는 결국 성격유형을 공부하는 길로 이끌었고 그 길의 끝에는 ‘전문 강사’라는 자격증이라는 의외의 선물이 준비돼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큐티진에 ‘책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이렇듯 이 지면에 필자가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사심 없이 읽어온 책을 통해 열린 길이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근기(根器)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충전할 수 있는 길은 단언컨대 독서밖에 없다’라고 공부의 달인 고미숙은 말한다. 근기란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 같은 것’이란다. ‘사람의 그릇’이라고도 하고 ‘카리스마’라고도 한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비쳐질까를 많이 생각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을 읽으라. 내가 잘 모르는 것인 무엇인지, 지금 내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찾아내어 그 답을 알려주는 훌륭한 선배들의 책을 읽으라. 그리고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친구들과 나누고, 나눈 것을 가지고 기도하는 그대! 어느새 달라지고 커진 당신의 카리스마에 세상이 놀랄 것이다.^^


 

QTzine 11월호.<藥이 된 冊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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