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6 공개된 비밀 집단, 내적여정 2000여 년 동안 에니어그램이 비전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에 1:1로만 전수 되었다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갈수록 더 그렇습니다. 미세한 표정 변화와 눈빛까지 느낄 수 있는 거리로 둘러앉아 주고받으며 나눌 때 에니어그램의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존재로 느끼게 됩니다. 에니어그램 강의 때문이 아니라 앞에 앉은 우주 하나 같은 존재의 무게감으로 깨달음을 얻습니다. 행동유형별 분류(공격형, 의존형, 움츠리는형), 날개, 화살 통해 좀 더 다면적으로 유형을 이해하는 2단계 여정을 마쳤습니다. 난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억울할 뿐이었는데 ‘수동적인 공격’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움츠리는 유형 9번의 울먹이는 고백이 마음에 .. 2018. 4. 26. 소망,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복의 근원 강림하사 찬송하게 하소서. 어릴 적 명절 아침 예배에선 늘 이 찬송을 불렀다. 앞집 친구네서는 제사가 한창인 시간이었을 테고. 목사인 아버지가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참된 복의 근원을 천명하고자함이었을까. 조상님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다! 하지만 어린 내게 이 찬송은 그저 떡국이나 세뱃돈, 명절에 모인 가족들의 분위기 같은 것을 연상시킬 뿐이다. 음악은 흔히 경험과 함께 기억창고에 저장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에는 바로 그 기억을 소환해내는 촉발제가 되기도 한다. 아직도 나는 찬송가 28장을 부르면 어렴풋이 설날 아침을 떠올린다. 내게는 가족의 노래, 명절의 노래이다. 결혼 하고 명절 노래 한 곡을 더 얻었다. 시댁의 명절 아침 찬송은 559장 ‘사철의 봄바람 불어 잇고’였다. 사철에 봄바람.. 2018. 4. 24. 올 어바웃 러브 그저 그런 사람인가 싶었는데 알수록 숨겨둔 매력이 솟아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이 가진 온갖 것을 다 드러내 찬사를 받아내곤 갈수록 바닥만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요. 저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전 으로 만난 벨 훅스를 로 만나며 놀라는 중! 벨에 빠져 전작에 도전할 기세입니다. 언젠가부터 피로감으로 손에 잡지 않았던 페미니즘 도서 목록에서 익숙했던 이 개정판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스캇 펙, 에릭 프롬, 토마스 머튼까지 아우리는 벨 훅스의 는 에릭 프롬 을 잇는 21 세기 최고의 사랑의 고전이라는 평이 과장이 아닙니다. 이 책을 읽다 을 다시 훑어보니 개인의 만족과 성장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는데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었더군요. 술술 읽혔던 내용들이 두려움이나 분노 아닌 사랑에 기반한.. 2018. 4. 23. 나를 찾는 길 위에서 너를 만나다 연애강의가 다 뭔 필요냐, 소개팅 한 번이라도 성사시키는 게 더 영양가 있지. 솔직한 심정입니다. 강의가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되는 뭐든 하고 싶다는 바램과, 하게 되더라도 정장 입고 원탁 테이블 둘러앉아 ‘나를 찍어주시오’하는 매칭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많지 않은 인원이 2박3일 정도 캠핑 가서 바비큐도 하고, 마피야도 하고, 시대의 연애담론도 나누고. 마음이 편해지면 개인의 연애사도 나누는 오글거리지 않는 매칭프로그램을 꿈꿨지요. 청년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지, 고민하는 교회와 목사님을 만나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꼭 매칭이 성사되지 않아도 좋을 캠핑이 될 것이고요. 마치고 나면 ‘연애人’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커지고, 자기 자신이 되어 연애할 힘을 얻어갈 수 있도록 .. 2018. 4. 21. 작고 확실한 변화 "아이구, 오지마. 냉이 한 줌에 얼마 한다고 그거 사 먹으면 되지. 내가 그냥 먹을게 오지마라" 시어머님의 말씀입니다. 지나가다 읽는 여러분께는 '아무 말' 아니지만 제게는 엄청난 말입니다. 아니, 어머님 당신께는 어마어마한 말씀입니다. 소확행, 작고 확실한 행복을 살자는 게 유행이던데요. 저는 작고 확실한 변화가 확실한 행복을 보장한다 생각합니다. 아무튼 어머님 입에서 아무렇지 않은 저 말씀은 작고 확실한 변화입니다. 어머님은 누구보다 상처가 많은 분입니다. 그런 분들이 흔히 그렇듯 '다시는 상처 받지 않겠다' 주먹 꽉 쥐고 살아가십니다. 자기방어를 위한 진이 견고하지요. 본인에겐 자기방어이지만 주변 사람에겐 '가시 옷'과 같습니다. 당신이 누구를 찌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십니다. 아니 조금 .. 2018. 4. 6. 꽃을 든 남자 나는 나가고 그는 들어오는 길에 마주쳤다.저기 느릿느릿 걸어오는 기다란 그의 몸땡이가 보인다.손에 든 늘 제 몸처럼 붙어 있는 한 두 권의 책,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가 멋 없이 흔들린다.검은 비닐봉지든, 반짝반짝 쇼핑백이든 손에 든 그것들은 약간 설레게 하는 것들이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은 비닐봉지에 꽃 화분 세 개가 미어 터지게 들어 앉았다.참말로 담긴 품새가 멋이라곤 없다.나도 지나치면 봤는데 교회 앞에 꽃 파는 트럭이 서 있었다.나도 좀 살까 했는데, 차를 세우기가 뭐해서 그냥 들어왔다. 밤늦게 들어와 친구가 만들어준 도자기 화분에 꽃 포트 세 개를 꽂으려 각이 나오질 않는다.색이 조화롭거나, 크기가 알맞거나 해야 하는데 도통 어우러지질 않는다.이렇게 막 고를 수도 있나, 부조화를 컨셉으로 선택한.. 2018. 4.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