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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5

개정판 정신실 책을 낳는 일은 '저자 소개' 쓰기로 끝이 난다. 출판사에서 써주는 경우도 있고 내가 직접 쓰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도 뿌리 없는 잡글 작가의 고충이 있다. 나온 책들이 서점에서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꽂히질 못하지 않은가. 그러니 한 번 쓴 저자 소개를 재탕할 수가 없다. 실은 개정판으로 다시 쓰는 '나'라고 생각하면 쓰는 재미도 있다. 『신앙 사춘기』에 들어갈 저자 소개를 썼다. 책에 이대로 나오진 않는다. 일단 구구절절 써봤다. 버리고 덜어내어 더 간단하게 보냈다. 써놓고 보니 개정판 정신실이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아서 마음에 든다. 『신앙 사춘기』 저자, 정신실 발달장애 아이들의 비밀 같은 마음에 노래로 노크하는 음악심리치료사로 젊은 날을 살았다. 기꺼이 영향 받고자 하는 말랑한 마음, 천국.. 2019. 5. 24.
여자들의 떡 결혼하고 얼마 안 된 봄 어머님이 쑥개떡을 직접 해주셨다. 내가 얼마나 반색을 했던지 쑥개떡 이름이 바뀌었다. “에미가 좋아하는 쑥떡” 그리고 해마다 이맘 때면 저렇게 쑥개떡을 만드시고 냉동된 반죽을 여러 덩이 주신다. 쑥개떡 반죽은 치댈수록 찰지고 맛있어지는데 이제 치댈 힘이 없다시며. 장정한테 치대라 해서 조금씩 쪄서 먹어라, 하신다. 엄마가 어렸을 적에 해주시던 떡이라 특별히 사랑하는 것이다. 친정 엄마도 한때 ‘신실이가 좋아하는 개떡’이라며 가끔 해주셨는데. 쑥을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기력도 없으셨다. 이제 친정 엄마는 쑥개떡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딸이 좋아하는 떡인 것도 잊으셨을 것이다. 아니 당신이 쑥개떡이며 각종 김치며 곱창전골 같은 걸 얼마나 맛있게 만들었는지, 기억 너머의 기억으로 희미해졌.. 2019. 5. 6.
후지게 쓰더라도 쓸 수만 있다면 글을 써서 공적 마당에 내놓는 것은 꽤 위험한 일입니다. 쓰는 사람은 글에 담은 자기 선의만 생각하거든요. 선의와 함께 내가 전하고자 하는 바로 그 뜻을 독자들이 읽어줄 거라 기대하지만 그렇지가 않더군요. 긴 시간 피 흘리며 배웠습니다. 글이 길 때는 끝까지 읽어주는 독자도 많지 않은데, 필자의 뜻까지 헤아리길 바라는 건 과욕이지요. 제목과 저자의 인상만 보고 쉽게 판단합니다. ‘나만 보기’ 설정의 글이 아닌 다음에야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악플이란 표현도 무게감으로 느껴질 만큼 쉽게 내뱉은 댓글이 가진 폭력성. 글의 맥락과 연관을 찾기 어려운 긴 댓글도 달립니다. 한 번은 기본적 맞춤법도 모르고 공적 글쓰기 하는 사람으로 단정되어 창피를 당한 적도 있습니다. 일단 글이 나가면 댓글이나 .. 2019. 5. 4.
밤 산책 ​ ​ 2019. 5. 4.
지금은 맞고 그때는 맞다 5월1일,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다.결혼식 당일 오전에 도산공원에서 야외촬영을 했다.그날의 기억이 생생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사람 뿐이다.야외촬영에선 저 사진의 철쭉이 진홍빛으로 강하게 남아 있을 뿐. 20년이나 살았다니, 내가 김종필과 20년을 살았다니, 헐헐헐.자꾸 노래를 부르니 남편이 그런다.왜애? 억울해? 너무 오래 살았어? 5년만 살려고 했어?아니, 청년 김종필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그 사람과 20년을 살았다니 말이야.​ 눈 뜨면 베란다 창에 매달려 있다.미세먼지 가득한 봄날을 견디게 해준 고마운 풍경이다.저 풍경이 아니었으면 미세먼지 스트레스에 폐암이 걸렸을지 모른다. 20년 전 5월1일도 저렇듯 푸르렀겠구나.결혼식 마치고 양평길을 드라이브 했지만 저 빛깔을 본 기억이 없다.온통 사람이었다.. 2019.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