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5 심상정 2020년 4월 15일, 총선 당일. 청년이 한 명이 집에 왔다. 개인사를 나누러 왔지만 날이 날이니 만큼 총선 투표 얘길 하게 되었다. 피차 스스럼 없이 투표 내용을 공개 했는데 지역구 미통당, 비례는 열린 민주당이란다. 뭐, 뭐라고? 아, 그.... 그래? 이런 선택 가능하다. 기성세대(인정ㅜㅜ)인 우리로서는 당혹스럽지만 그래서 젊은이다! 신앙, 역사관, 시민의식을 떠나 세대의 선택이 있다. 아니, 개인의 선택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격이긴 하다. 청년 손님이 가자마자 각자 스마트폰 붙들고 다리 떨며 투표율 확인. 아, 60% 넘겠구나. 6시가 가까워지며 심장이 나대기 시작한다. 여러 번 가슴에 손을 대고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가라앉혔다. (중간 생략 : 5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 난리 부.. 2020. 4. 15. 채윤이 첫 투표, 나의 오랜 기도 2000년 생 채윤이가 생애 첫 투표를 했다.저렇게 간절히 선거권 행사의 날을 기다리는 아이가 있을까 싶었는데.2020년 19대 총선에서 어마어마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02년 대선 때 채윤이 나이 세 살이었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 수민네로 개표방송을 보러 갔다.방송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추운 겨울이 춥지 않았다.세 살 채윤이가 우리 앞에서 춤을 추며 걸어갔다."창 바꿔보니 창 바꿔보니 희망이 보인다 창 바꿔보니 창 바꿔보니 노무현 대통령""두우 번 생각하며언 노무현이 보여요오~"노래와 구호를 똑 부러지는 발음으로 따라 하던 채윤이.그 날 그 밤의 벅차오르던 마음, 우리 채윤이의 춤과 노래 잊을 수 없다.때가 때이니 만큼 식탁에서 그때 얘기를 자꾸 하게 되는데 현승이가 끼질 못한.. 2020. 4. 15. 뒤에 선 사람 : 아리마대 요셉 고난주간 지나고 있습니다. 성금요일과 부활주일 사이, 성토요일입니다. 작년에 깊은 공감으로 읽은 셸리 램보의 『성령과 트라우마』의 부제목은 '죽음과 부활 사이, 성토요일의 성령론'이었습니다. 금식과 눈물 콧물로 성금요일을 지내고, 우리는 바로 부활의 새벽으로 도약했습니다. 부활을 성경공부로만 배운 탓입니다. 정작 우리의 일상은 이미 덮친 고통의 실존을 살아내는 토요일인데 말입니다. 상실과 애도의 시간 성토요일. 저는 더 이상 여기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머물러 느끼고, 견디고, 애도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하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이번 고난주간은 상실의 늪에서 오지 않은 부활을 상상하는 법을 배우며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에 깊이 머무르지도 못합니다. 남편이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일주일 동안 소.. 2020. 4. 11. 두 교황 : 둘, 그 사이 또는 너머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가 따로 있소?❞ 영화 을 선택한 이유다. 이유를 따져가며 영화를 고르진 않는데. 관람하다 대사 한 문장을 듣고 뒤늦게 깨달았다. ‘아, 나도 이게 참 궁금했지!’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안소니 홉킨스가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에게 묻는다. 내 말이 그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비결, 나도 그게 궁금했다. 매력 있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매력은 자석의 성질 같은 것이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 건네고 싶은 끌림 같은 것. 한 번쯤 만나서 내 얘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게 그런 분이다. 역대 가장 존경받는 교황이라고 하는데, 내 마음은 존경심 반 팬심 반이다. 안소니 홉킨스 분의 베네딕토 16세가 묻는 ‘인기 있는 이유’.. 2020. 4. 10.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믿사오며 2.1 기억은 단순한 과거 경험의 퇴적이 아니다. 편집된 과거다.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당신이 과거의 사건을 회상할 그때그때마다 당신의 과거는 ‘개정판’으로 다시 쓰이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세월이 만드는 거리는 그때 그 사건을 달리 보게 한다. 엄마 죽음이 불러낸 아버님의 죽음은 다시 개정판이 되었다. 엄마의 마지막 시간, 격리된 몸이었다는 것이 떨쳐지지 않는 고통이다. 아버님과의 마지막 시간을 다시 떠올리니 얼마나 축복된 시간이었던가 싶다. 1주기 즈음 쓴 글이 있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에 실었던 '아버님의 소주잔'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이 오늘도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구나 싶다. 아버님의 소주잔은 내 마음에 살아 내 종교적 독선에 찬물을 끼얹어 일깨우고 있다. 채윤.. 2020. 4.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