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가장긴장례식4 다시 통영, 아직 엄마 꼭 일 년 전에 남편이 잡아끌어 다녀왔던 통영이다. 거절할 힘은 없고, 무력하게 따라가긴 싫었던지 '도다리 쑥국'을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그래, 어디서 통영 도다리 쑥국 봤는데 먹고 싶더라" 뭘 먹고 '싶다'는 말이 낯설고 생소한 시간이었으니 그럴듯한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오직 도다리 쑥국만 생각하고 간 통영에서 운명처럼 만난 것은 동백꽃이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들어선 공원에 동백꽃이 한창 피고, 한창 지고 있었다. 툭, 꽃봉오리 째 떨어져 뒹구는 붉은 동백꽃이 훅 가슴으로 들어왔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즈음은 우는 게 일상이었으니 언제 어디서 울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찬란한 슬픔'이라 이름 붙인 그 동백꽃을 다시 만나러 간 것이다. 일 년 전 그 통영에서 올라오면서 남편과 약속했었다... 2021. 4. 4. 어버이 날에_기름 한 병에 담긴 은혜 교회 말씀 묵상을 나누는 밴드에 남편이 올린 글이다. 갈 곳 없는 어버이날에 기억이 감사가 되는 묵상이다. '어버이 은혜 감사' 너머 '하나님 은혜 감사'로 멀리 높게 바라보게 된다. “기름 한 병에 담긴 은혜” (김종필) 오늘의 말씀 : 열왕기하 4:1-7 한 남자가 아내와 두 아들을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는 예언자 수련생이었으며 하나님을 경외했습니다. 사별과 가난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빚쟁이들이 두 아들을 노예 삼으려 합니다. 이 미망인의 고통과 슬픔의 무게가 갑자기 제게 전이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기름 한 병을 붙드시니, 빚도 갚고 생활비도 되고 아들도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멈췄지만, 제 상상력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미망인의 남은 인생은 비록 가난과.. 2020. 5. 8. 몸이 다시 사는 것을 믿사오며 2.1 기억은 단순한 과거 경험의 퇴적이 아니다. 편집된 과거다.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당신이 과거의 사건을 회상할 그때그때마다 당신의 과거는 ‘개정판’으로 다시 쓰이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세월이 만드는 거리는 그때 그 사건을 달리 보게 한다. 엄마 죽음이 불러낸 아버님의 죽음은 다시 개정판이 되었다. 엄마의 마지막 시간, 격리된 몸이었다는 것이 떨쳐지지 않는 고통이다. 아버님과의 마지막 시간을 다시 떠올리니 얼마나 축복된 시간이었던가 싶다. 1주기 즈음 쓴 글이 있다. 『나의 성소 싱크대 앞』에 실었던 '아버님의 소주잔'을 다시 읽어 보았다.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이 오늘도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구나 싶다. 아버님의 소주잔은 내 마음에 살아 내 종교적 독선에 찬물을 끼얹어 일깨우고 있다. 채윤.. 2020. 4. 2. 세상에서 가장 긴 장례식 엄마 이옥금 권사님이 지난 3월11일 새벽 4시45분 소천하셨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러 어려움 감안하여 간소한 가족장으로 장례를 마쳤습니다. 아주 짧은 장례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장례식만큼 긴 장례식은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때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재난처럼 밀려든 아버지의 죽음이 삶을 뿌리째 흔들었고, 그때로부터 죽음은 늘 가까이 있는 살아 있는 공포였습니다. 엄마의 귀가가 조금만 늦어도 죽음을 상상하고 마음에 장례식을 꾸렸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엄마의 죽음을 대비하는 삶이었습니다. 공포와 두려움은 저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이 더했습니다. 저는 엄마의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두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동생을 키우고 교육시킬 책임감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 2020. 3.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