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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강의, 삐딱하게 듣기

larinari 2014.05.23 09:04


 

어쩌다가 연애 강의를 하게 됐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듣는 질문 입니다. 난감한 질문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연애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 임상경험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연애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한 파릇한 나이도 아닌데 어쩌다가 연애 강사를 하고 있단 말입니까. 신혼 초 남편과 함께 <복음과 상황>에 쓴 결혼 이야기가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글로 인해서 연애나 결혼에 대한 강의 요청을 받게 되었고, 그 연유로 바로 이 <QTzine>브리짓 자매의 미혼일기’ ‘유브 갓 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를 연재하게 되었었지요. 연재는 많은, 은밀한 이메일 상담을 불러왔습니다. 물론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하고 목회하게 된 남편과 더불어, 아니 그 전부터도 청년인 제자들, 후배들과 놀고 수다 떨면서 주고받은 대화는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언니 동생하며 지내고 있는 아줌마계의 엄친아가 하나 있습니다. 이 아줌마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젊은 시절에 가장 부럽고, 부럽다 못해 얄미운 여자의 갑이었죠. 일찍, 것두 (내 보기에) 모든 걸 갖춘 남자와 결혼해서, 게다가 무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신앙, 의식, 인품, 능력까지 갖춘 남자에게 일찌거니 찍혀서 결혼한, 예쁜데 착하기까지 한 자매 말입니다. 이 친구가 말했습니다. ‘언니, 나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했는데 그 짧은 싱글 기간에도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닌 그 시절에 늦은 결혼을 했으니 긴 싱글 기간을 지내시면서 별 생각을 다 해봤겠어요. 그러니 이렇게 지금 청년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있겠죠.’ 이 말로 적잖이 위로도 받았고 20대의 나와 연애강의를 하는 40대의 나를 통합시키는 눈도 새롭게 떠졌습니다. 20대 초반에 연애를 했고 남편을 만난 30 직전까지 도통 연애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처음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 기나긴 싱글의 나날 동안 서점에 나와 있는 연애서적이란 서적은 죄 읽은 것 같습니다. 연애 분야를 넘어 결혼과 육아에 관한 책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에 관한, 연애에 관한 생각과 그때그때 올라오는 외로움, 흔한 낮은 자존감 같은 것들을 글로 썼습니다. 미래의 배우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썼는데 두꺼운 대학노트 한 권이 다 채워지고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겪은 외로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오늘 연애강의로 정리되어 나오면서 뒤늦은 치유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저는 저만의 경험 속에서 길어 올린 것들로 연애에 관한 썰을 풉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했고, 공부했고, 상담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내놓는 말들은 부적절한 조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뿐 아니라 모든 연애 강사가 그렇고 심지어 설교를 통해 결혼의 원리를 내놓는 목사님들도 그러합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음악치료 전공이 개설되던 해에 입학하여 석사학위를 받은, 임상경력 10년을 넘긴 음악치료사입니다. 그간 만났던 발달장애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클라이언트 중 같은 케이스를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장애를 가졌든 아니든 인격이란 그런 것입니다. 신묘막측하게 지어진 하나님의 형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사람 관련한 일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란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연애나 부부문제, 자녀양육 등에 관해서는 보편타당한 정답이 있을 수 없으며 항상 정답을 제시할 전문가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고민하고 공부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겠지요.

 

저도 한 때 여러분처럼 연애 강의에서 뭐 건질 거 없나, 이 강의 잘 들으면 뭔가 확 뚫릴까, 이 책 읽으면 결혼의 넘사벽을 뛰어넘을 키를 얻게 될까, 하며 나를 구원할 연애 멘토를 찾아 헤맨 적이 있습니다. 그 덕에 지금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어쩌구저쩌구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만 들으신 대로 저만의 라이프 스토리 안에서 건져 올려 만든 나름의 표지판입니다. 연애 기술에 대한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절입니다. 스마트폰을 열면 성경적 결혼관, 여성관 등을 다루는 목사님들의 설교부터 교계를 넘나드는 스타강사의 강의까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무궁무진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그 많은 정보를 분별하여 들어야하는 고충까지 떠안아야하게 됐습니다. 연애와 관련하여 분별하여 선택할 일이 한 둘이 아닌데 지혜를 훌륭하신 분들의 강의까지 분별하라니요. 그래도 해야 합니다. 유명 목사님이고 강사님이니 맞는 말을 하겠지 하며 무조건 아멘 할 일이 아니라 노멘의 태도도 적당히 가지고 들어야 합니다. 정답이 없는 전인격적인 문제인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 이게 정답이라고 과도한 자기 확신을 보여주는 강사나 목사님은 특히 주의했으면 합니다. 삶의 굽이굽이 특히 연애 같은 일에서 지질한 과거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한때는 여러분처럼 지질했습니다. 그 지질함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는 분명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지언정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의 글을 포함) 난무하는 연애강의와 글을 분별하고 비판도 하면서 여러분만의 연애의 길을 찾아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기 바랍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기승전결 있는 연애사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 그러합니다.

 

<QTzine>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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