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잘할 수 있게 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제일은 운동이다.

도대체 유전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내 동생은 운동을 전공하려고 할 만큼 운동을 잘하고 좋아한다.

지금도 30대에 노익장을 과시하면 젊은 애들과 몇 시간 씩 농구를 하곤 한다는데...


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운동을 못해도 그렇게 못할 수가 없다.

100M 21초. 체력장때 카운트 하는 선생님이 출발하기 전에 초시계를 먼저 눌러줘서 18초. 이게 신기록이다.


아~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을 생각하면.....

열등감의 매트에서 뒹굴고, 열등감의 공을 던지고 놓치고, 열등감의 철봉에 1초 매달렸다 떨어지고...

정말 가고 싶지 않지만 예전에 청년부에서 탁구장 같은델 가면 우와~ 다들 놀랜다. 탁구를 치는 것이냐? 테니스를 치는 것이냐?

라켓에 공이 도저히 맞지를 않는다. 마음같이 안 되는 내 몸이 밉고 부끄러웠다. 운동이라 이름 붙은 건 뭘해도 그러했다.


결혼하고 남편하고 베드민턴을 간간이 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 삣나가진 않는 것이 신기하여 열심히 쳐봤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보다 못하는 사람과 스포츠를 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됐다. 우후후후후....


어머니가 다니시던 수영장이 한 달에 36,000원으로 싸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4월부터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수영 역시 시도해 보지 않았던 운동은 아니다. 결혼 전에 몇 번 시도를 했어도 남들 다 진도 평영 접영하고 있는데

끝끝내 자유영 호흡이 안 돼서 쪽팔려서 그만두곤 했었다.

채윤이 임신하고 임산부 수영교실을 다니면서 그나마 어설프게 자유영 호흡을 배웠다. 부력 때문에 임산부는 물에 더 잘 뜬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런 잇점이 있어서 그 넘기 어려운 자유영 호흡의 산을 넘었다.


역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지만 이번 수영을 하면서는 내 마음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에 수영을 하러 갔는데 역시나 뭐든 배우는 대로 뒤쳐지는 내가 보였다.

쪽팔렸다. 어느 날 뭐가 그렇게 쪽팔린가 생각을 했더니 '저 사람들이 내 우스운 폼을 보고 얼마나 비웃을까?'

하는 생각에 컸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내가 이상한 폼으로 수영하는 사람들 보고 '폼 참 이상하네' 라고 생각은 할지언정,

그것으로 사람을 비웃고 그러지는 않았다.

아! 자꾸만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비교' 때문이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날이 내 운동의 역사에 획을 긋게 되었다.

사람들을 보면서 비교하지 않기. 코치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자꾸 생각하면서 열심히 열심히 해보기.


아~ 이것이 역사를 만들어냈다.

수영을 잘 하게 되었다. 누구보다 더 잘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예전의 나보다는 더 잘 하게 되었다.

비결은 꾸준히 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습하는데 있었다.

가끔 이상한 폼을 고치라고 지적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 도움이 된다. 그걸 생각하며 연습하면 고쳐지는 것이다.


마음도 그러리라.

예수님 닮지 않아서 힘든 이 마음. 뭐가 옳은 것인지 알면서 도저히 나로서는 안 되는 그런 마음의 경지가 있다.

몸을 단련하듯 자꾸 생각하며 자꾸 연습하면 마음도 자라겠구나. 몸이 단련되는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옆을 자꾸 보면서 '내가 좀 낫다고, 나는 너무 못하다고' 비교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안된다고 너무 좌절하지 않고 노력하는 순간이

쌓이면 마음도 단련되겠구나.


올 한 해는 수영을 배우면서 몸이 많이 건강해지고,

배우는 즐거움도 알게 되고,
40년(으악! 40년!!!) 이 가깝게 나를 따라다니던 큰 열등감 덩어리도 하나 떼어낸 것 같다.


감사, 감사, 감사다.

200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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