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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여정

사랑을 채울 곳으로 가자

larinari 2017.03.31 10:34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마치고 수제 쿠키 몇 개를 신경 써서 챙겨왔습니다. 다음 날, 여유 있는 아침 시간이 아니었지만 굳이 명품 접시에 담아 커피와 함께 먹었습니다. 1월에 에니어그램 1단계 강의 들으신 선생님께서 재수강으로 오셨는데 손수 구워오신 쿠키입니다. 지난 번 강의가 너무 좋아서, 라고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강의 후기에는 '지난 강의 후에 기도 시간이 더 늘었고, 영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경함하고 있으며, 기도 시간이 괴롭고 힘든 만큼 소중하고 귀하다'고 써주셨습니다. 참 감사하고 마음에 힘이 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이 뭐라고 제가 이렇게 목숨을 걸겠습니까. 잠시 그것을 도구 삼아 자기 마음을 비춰보고, 정직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며, 차차 기도가 깊어진다면, 그리하여 조금씩 진리에 다가서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면..... 단 한 분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제게 오늘을 사는 가장 큰 의미 하나가 됩니다. 한 사람의 존재에 의미를 확인시켜준다는 것, 그것은 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것입니다. 이 고마운 쿠키에 저의 그 의미를 담아 경건하게 먹어본 것입니다. 다른 한 분도 계십니다. 에니어그램을 처음 접하시는 호기심과 겸손한 눈빛으로 제가 하는 모든 강의를 다 수강하셨지요. 1단계 강의 재수강을 한달음에 달려 오셨습니다. 헌데 이미 10년 넘게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심지어 강의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제게 허락된 이런 만남들이 참으로 과분합니다.


그리고 이런 걸 글로 쓰는 것은 오글거리는 일입니다. 자랑이며 동시에 선물로 오는 마음을 순수하게 지키지 못하는 탓입니다.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씁니다. 자랑임을 인정하며 공개합니다. 강의에서 떠들떠들 했던 것과 반하는 행동인 것도 압니다. 유형 설명을 하며 이렇게 교만하게 떠들떠들 하곤 하지요. '남들이 아무리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 해도 우리 영혼은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주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영혼을 궁극적으로 채우는 사랑은 하나님 사랑 외에는 없습니다'  진리인 줄 알고 확신을 가지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단번에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지는 못합니다. 진리를 알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오, 주님 우리가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 우리 영혼엔 진정한 안식이 없나이다' 어거스틴의 고백 또한 진리입니다. 이 상황에 바꿔 고백해본다면 '오, 주님 우리가 당신의 사랑에 머무를 때까지 우리의 영혼엔 진정한 사랑받음이란 없습니다' 이 역시 내 영혼의 고백입니다. 문제는 누구라도 지금 당장 그것을 이루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당장 이루어낼 수는 있지만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이 존재하는 작은 사랑으로부터 시작하여 끝없이 그 사랑을 찾아가야하는 실존에 놓여있습니다. 아주 고갈되지 않도록 사랑을 채움받는 관계가 꼭 필요합니다. 그것 없이 하나님 사랑으로 비약하는 것은 보통 사람에겐 어려운 일입니다.


비 온 후 물웅덩이를 일부러 밟는 어린아이처럼, 엄마에게 혼날 것을 알면서도, 혼날 것을 알기에 더욱 그 웅덩이를 밟아 신발과 바지를 더럽히는 아이처럼 우리 마음은 부정적인 것에 더 빨리 달려갑니다. 상처받을 곳을 더욱 지향하고, 해도 안 될 일에 집착하고,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당장 품어내겠다고 주먹을 꽉 쥐곤 합니다. 사랑을 주는 것보다 먼저 오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게 사랑을 채워주는 벗을 둬야 하고, 그런 장소를 마련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준비할 때는 늘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하면서 신파조 넋두리를 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과분한 신뢰가 제 존재에 사랑을 채우고, 의미를 채우는 시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됩니다. 


내게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임을 배웠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착각과 교만이 내 소중한 사람들을, 무엇보다 나 자신을 얼마나 괴롭게 했는지 잘 압니다.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음이 필요한 나를 그대로 두고 채찍질 하지 않습니다. 아닙니다. 실은 매일 모진 채찍질을 가하려는 제 팔목을 붙들어 두는 일이 어렵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수련입니다. 사랑의 훈련입니다. 잘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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