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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일찍부터 동생 현승이에 대한 그 막연한 미움과 질투를 '이름짓기'로 풀어왔으니...
태어나자마자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신의 자리를 꿰찬 현승이.
이 아이를 이름 그대로 불러줄 수는 없었다.
왜곡시키고, 풍자하고, 희화하는 것은 예로부터 힘 없는 민중의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었던가. 사설시조가 그렇고, 판소리가 그렇다.
채윤이는 이름을 뒤틀어버리는 것. 이것으로 마음의 한을 풀곤하였다.

몇 년 전, 채윤이가 다섯 살 쯤 되었을 때.
현승이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까꿍을 하고 잼잼을 하면서 재롱을 떨기 시작할 때.

채윤이는 현승이를 이렇게 불렀다.
면승이.
현망이.
그것으로도 마음의 질투가 풀어내지지 않으면 파열음을 강하게 써서.
'김형팡!'

이제는 채윤이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엄마빠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대놓고
'야! 김미워. 니 이름을 김미워야. 너는 어쩜 그렇게 밉게 생겼니?' 한다.

날이 갈수록 이름 왜곡시키기는 세련된다.
은근이 이름을 촌스럽게 만들어버리기.
'야! 김현덕! 너는 이제부터 김현덕이야' 라고 했다가.
'현덕'의 '덕' 자가 지닌 뉘앙스가 맘에 들었는지...
엊그저께는 '야! 덕산아! 너는 이제부터 김덕산이야' 하신다.

그 날 이후로 우리 집에 현승이는 없고 덕산이만 있다.
엄마빠도 '덕산아! 일어나. 김덕산! 일어나라고 했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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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울만도 하다.
지는 멋지게 사진 찍어놓고,
누나가 석상에 목걸이 까지 해놓고 촬영하는데 꼭 저렇게 이빨에 고추가루 끼듯이 껴주는 동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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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08.23 16:54

    ㅋㅋㅋ 덕산이.. 넘 재밌는 작명이네요.^^
    그래도 고추가루 끼듯 껴주는 덕산이 없음 채윤이도 금방 심심해질걸요.
    덕산이... 왠지 정이 듬뿍 가는 이름이네요.ㅎㅎㅎ

    • larinari 2008.08.24 20:19

      현승이가 덕산이가 되면 자연스레 채윤이는 덕순이가 되거든요. 그래서 요즘 저희 집에는 덕순이라는 딸과 덕산이라는 아들이 있어요.ㅎㅎㅎ

  2. hayne 2008.08.23 17:07

    아랫사진 좋은데...
    왼쪽 고추가루가 오른쪽 반쪽석상과 균형을 이루고 있구먼.
    덕산이 아니었음 사진이 오른쪽으로 꼴까닥 할 뻔했지?ㅎㅎ
    촌스런 덕산이는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이름인디..

    • larinari 2008.08.24 20:20

      그러고보니 덕산이가 구도를 제대로 잡아줬네요.^^
      아침 드라마에서 봤대요.
      방학 때 할머니 댁에서 며칠 잤는데 거기서 아침 드라마 본 모양이예요. 어쩐지..ㅋ

  3. h s 2008.08.24 20:50

    ㅎㅎ 이름이 처음에는 비슷하게 가더니 나중에는 전혀 상관관계도 없는 이름으로 변질이 되어 가 버렸네?
    그래도 이제 덕산이가 며칠만 없으면 보고 싶다고 못 견딜 껄요?^^
    암튼 채윤이의 놀이는 끝이 없이 이어지네요.^^

    아래 사진에 현승이가 훌쩍 커 보입니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신을 현승이도....^^

    • BlogIcon larinari 2008.08.24 23:07 신고

      올해 저 신발 안 신을 애들은 간첩이예요.ㅎㅎㅎ

      사실 하루에도 여러 번 덕산이를 안고 이쁘다 했다가,
      살랑거리며 데리고 놀았다가,
      미워 죽겠다고 했다가...
      그래요.^^

  4. BlogIcon myjay 2008.08.25 18:20

    보다가 모처럼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나같이 정말 대단한 작명입니다.
    채윤양은 커서 대단한 인물이 될 거 같습니다, 정말.

    • BlogIcon larinari 2008.08.26 10:59 신고

      하루에도 여러 번 기가막힌 웃음을 웃는다니까요.
      저 아가씨 땜시...
      큰 사람 될 아이가 엄마한테 엄청 쪼이고 있어요.ㅋ

  5. 미쎄스 리 2008.08.25 23:33

    ㅋㅋㅋㅋ 김현덕..
    제 결혼식때 뒷바라지 다해주고, 끝까지 남아서 우리 부모님 서울역에 차로 모셔다 드린다고 기다리던 친구 이름이 "서현덕"인데 ㅋ
    이를 어쩌나 ㅎㅎㅎ

    근데.. 그 친구 이름은..
    할아버지께서 얼굴 희다고 '서흰덕'으로 지어주셔서,
    부모님께서 그나마 다듬어 주신거래요 ^^

    덕순이와 덕산이 동생들 보고싶네요! 으흐흐
    그럼 난 덕희. 울 언니는 덕영이?? ㅋ

    • BlogIcon larinari 2008.08.26 11:00 신고

      현덕이 대전에서부터 오래된 친구잖아. 고모가 잘 알지.

      덕희! 좋네.
      이것들이 엄마한테 '덕실이'라고 부른단다.

  6. 2008.08.26 18:42

    비밀댓글입니다

    • larinari 2008.08.24 20:21

      오케바리,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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