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으나
요즘, 되는 아이템들은 죄 '진격'으로 가는 것 같아 나도 써봅니다.
진격의 김치.

('진격의 연애'가 곧 시중 어딘가에서 론칭 된다는데
동종업계에 걸어 다니는 인맥 대기업 님의 이런 신제품,
긴장 간장 진간장 국간장입니다.)


결혼 초부터 남편 없는 사이 집안 청소만 해도 어떻게든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려 무한 칭찬을 받고 안달복달이었었습니다. 나의 의존적인 성격을 탓하며 스스로 혼내키곤 했었는데.
생각이 좀 달라졌드래요. 집안 일에 관한 한 함께 하지 못했다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사하고 칭찬할 일이라는 것을 이제 와 분명히 알게 됩니다.
죽어라 음식했는데 뚝딱 먹어버리면 그만이고, 몇 시간 지나면 또 배가 고프다며 밥을 내놓으라는 게 사람이니 말입니다. 감사와 칭찬이라도 남지 않으면 끝도 없는 그 일을 어떻게 평생을 한단 말입니까. 


SNS 덕에 주부들이 땀 뻘뻘 흘려 만든 음식을 실시간으로 자랑도 하고,
셀프 칭찬도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오죽하면 '진짜 음식하기 싫었는데 SNS 어디에 올리고 싶은 마음에 했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페북, 카스, 블로그.
고마워, 니가 있다는 것.  

- 오늘 저녁 땀 뻘뻘 흘리며 저녁 메뉴 만들자마자 고춧가루 묻은 손가락을 피해 살아남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사진 찍어
포스팅 한 주부 일동 -


그나저나.
김치는 떨어졌고, 이제 어디 삐댈 데도 없어서 고추장만 빨던 몇 주를 지내고
야심 차게 담근 맛김치 자랑입니다.
마른 고추 물에 불려 갈아서 담근, 칼국수 집 김치 저리 가라 할 진격의 김치 탄생이요!
아래의 재료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위와 같은 아름다운 자태로 변신했다니,
요리는 예술이고, 이것은 예술활동입니다.
정녕 그러합니다.


김치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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