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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풀꽃

by larinari 2011. 12. 12.


 



이삿짐센터에 20여일 짐을 맡기면서 못내 마음을 놓지 못한 것이 화분들이었다. 처음 견적받을 때부터 화분 때문에 징징거렸더니 따로 사무실에 보관해주겠단다. 마지막 짐을 보낼 때까지도 '가끔 들여다 봐 주세요. 물 좀 가끔 주세요' 하면서 노심초사...


수 년 간 그렇게나 애지중지 키웠던 내 분신같은 것들. 화분 하나 하나 다 사연이 있고 나름대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이 놈들. 그걸 유독 내게만 드러내고 보여줬던 놈들이었다.
20여일 지나고 가슴 졸이며 만나보니! 가장 아끼던 놈들부터 사망, 사망, 사망.... 부검결과 사인은 동사(凍死)다. 짐정리 하는 내내 창가에서 고개를 떨구고 말라가는 이 놈들을 보면서 누굴 원망도 못하고, 화분 몇 개 시들었다고 울기도 뭣한 며칠이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 먹고... 오늘 저녁 주먹만한 놈들 입양해서 옮겨 심고 다시 줄을 세웠다. 해놓고 보니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앉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본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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