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먹자니 느끼하고, 쫄면을 먹자니 식사로서의 무게감이 부족하고....
푸드코트 같은 데서 이 둘을 한꺼번에 시킬 수 있을 때, 시켜서 니 것 내 것 없이 나눠 먹을 때의 충만한 느낌?  그런 느낌이다.
생긴 거 비슷하지만 속사람은 완전히 다른 남매를 키우는 맛이 말이다.






명절 전인가 살짝 부부갈등이 있었다.
싸움이라 부르는 게 익숙한 표현이겠지만 대체로 우리 부부 성향상 '싸움'이라 불릴만 한 양상보다는 조용히 서로 삐뚤어지는 일이 더 많으니까... (저...정직히 말하면 '서로'가 아니라 여...여자 쪽에서....)
(부부갈등의 내용은 지금 여기서 본질적인 얘기는 아닌데.... 할까, 말까?
읽는 사람들은 이게 더 궁금하겠지? 요즘 블로그 장사도 안되는데 댓글 호객행위 차원에서 밝힐까?말까?ㅎㅎㅎ)






암튼, 식탁에 앉아 얘기를 하다 답답한 마음에 훅 밖으로 나왔는데,
예상대로 현승이의 전화, 문자 끊이지 않는다.
계속 답을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 문자 '엄마, 바람쐬고 들어와. 조심해'를 끝으로 조용해졌다.
잠시 후에 집에 들어와보니 이랬거나 저랬거나 평생 죄인이신 남편은 설겆이를 하고 있고,
현승이는 안절부절하다 들어온 엄마를 보고 반색을 하고,
채윤이는 거실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롤리롤리 폴리.....♬' 노래나 흥얼거리며 행복하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으니 현승이 들어와서 내 손을 잡았다가, 한 번 안았다가,
얼굴을 쓰다듬었다가 하면서 '엄마, 다리 주물러줄까?' 한다.
이러는 중에도 여전히 거실에서 살짝 춤까지 추면서 노래하던 채윤이 들어온다.
현승이한테 근엄하게 "현승아, 너 잠깐 나가 있어봐. 누나가 엄마한테 얘기좀 하게"
현승이 나가든 말든 신경 안쓰고 엄마한테 얘기를 좀 하는 채윤이.
"엄마,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속상한 건 알겠지만 아빠가 미안하다고 했고, 내가 봤을 때 아빠가 그렇게 너무 잘못을 아닌 것 같애. 그렇다고 엄마 잘못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엄마 마음 풀어. 내가 아빠한테도 잘 얘기해 볼테니까 엄마도 마음 풀어. 잠깐만"
하더니 설겆이 하는 아빠한테 가서 뭔가 훈계조로 얘길하더니 금방 튀어들어온다.
"엄마, 내가 아빠한테도 얘기 잘 했으니깐 이제 괜찮을거야. 모, 사과를 하면 받아줘야지"


지켜보던 현승이 이건 아니라는 듯... 다시 자기 방식대로
"엄마, 내가 다리 주물러줄께" 한다. "아냐, 현승아 엄마 다리 안 아퍼. 괜찮으니까 가서 놀야"
했더니 채윤이 잽싸게 침대에 엎드리며,
"야, 김현승 그러면 나 허리좀 주물러줘. 피아노 연습할 때부터 허리가 아펐어"
아오, 그러자 (아주 잠깐이지마) 누나 허리를 주물러주는 현승이.


둘 다 엄마를 사랑하는 방식이려니 싶으니 창조주 그 분의 창의성이 기가 막히시다는 생각!
이렇게나 다른 두 아이를 묶어서 선물받은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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