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떨리면 원래 배가 아파? 나 너무 떨려. 그리고 배도 아파. 나 사실은 아까 아까부터 떨렸어.


새로운 수영장에 가는 첫 날, 현승인 긴장을 감추지 못합니다. 선생님께 처음 왔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 두렵고,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걱정되고, 샤워하고 들어가는 곳을 모를까봐 걱정이고... 모든 낯선 것이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레는 일이라면 현승이에게는 두려움으로 더 많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 화요일 목요일 가서 이제 다 알았잖아. 첫날 갔지만 아무런 걱정되는 일이 없었잖아.
- 그 날은 누나랑 함께 하는 날이고 오늘은 나 혼자잖아. 너무 떨려.
- 하긴.... 처음은 누구나 떨려. 엄마도 그래.
- 엄마는 그러면 처음에 떨리는 걸 어떻게 참아? 진짜로 떨려?
- 그럼, 떨리지. 처음이라는 건 한 번도 안 해 본 모르는 걸 하는 거잖야. 모르는 곳에 가는 거고,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거고.
- 그런데 엄마는 쫌 괜찮아? 나보다?
- 응, 엄마도 처음은 늘 떨려. 그런데 처음인 곳에 자꾸 가보니까, 많이 가보니까 그렇게 두려워 할 게 없구나를 자꾸만 배우게 됐어. 모르면 물어보며 되고, 가만히 지켜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면 돼. 그래도 사실 처음 어디 가는 건 늘 쫌 그래.
- 사람들이 쳐다보는 거는?
-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어. 너 누가 처음 왔다고 그 사람만 쳐다고보 신경쓰고 그래?
-  그렇진 않지. 그냥 쳐다보기는 하지만 신경을 안써.
- 그니까 말야. 게다가 현승이는 귀엽고 인상이 좋아서 조금만 지나면 친구들도 사귀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될거야.
- 인상이 좋다는 게 뭐야?
- 현승이 처럼 착하게 생겨서 자꾸 가까이 하고 싶다는 거...






가는 차 안에서 이런 대화를 하지만 감정이입이 잘 되는 엄마는 괜히 심장이 더 뛰고 그렇습니다. 깡마른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 입고 쭈볏거리고 들어갈 때 현승이 심장에서 얼마나 쿵쿵 소리가 크게 들릴 지가 벌써 느껴지는거죠.
탈의실 앞에서 손을 놓고 들여보내면서 엄마는 압니다. 물론 현승이가 아무렇지 않게 잘 하고 나올 것이라는 것을요.
다만, '여기 까지야. 현승아. 엄마는 수영장은 물론 니 인생에서 아주 짧은 순간만 손 잡아 줄 수 있고 함께해 줄 수 있어. 아무리 네 마음에 공감이 돼도 혼자 가는 걸 지켜볼 뿐일거야' 라고 마음 속으로 말해봅니다. 현승이가 아니라 엄마 자신에게 하는 말일 겁니다.

물론 들어가서 레인을 배정받고 가끔 긴장해서 손톱을 물어 뜯긴 하지만 잘 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엄마가 앉은 참관실이 보이는데 결코 이 쪽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엄마는 그런 현승이 마음조차 알겠습니다. 그리고 20여 분이 지났을까? 긴장된 어깨에서 힘이 빠진 듯 보이는 바로 그 때. 고개를 들어 엄마를 한 번 쳐다보고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보냅니다.
그 뜻 역시 엄마는 압니다. '엄마, 할 만 해. 걱정 많이 했지? 이제 안심해'







중반을 넘어서자 앞 뒤 형들이 말을 걸어오고 수줍게 대답도 합니다. 물장난 치는 형들 사이에서 조용히 웃으며 서 있는 모습이 한결 편안합니다. '처음'이라는 것이 왜 그리 두려울까요? 우리 모두에게, 특히 현승이에게. 처음이라는 건 그걸 부딪히기만 하면 바로 '한 번 가봤던 곳, 가봤던 길이 되는데요...'


 

 




끝날 즈음이 되자 아까보다 훨씬 당당해진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바라봐 줍니다. 처음 수영을 배우러 갔던 날 애를 번쩍 들어서 물에 던져버린 터프한 선생님으로 인해서 생긴 두려움일 수도 있고, 온갖 낯선 것 앞에서는 일단 움츠리고 보는 성향 탓이기도 할 겁니다.
새 학교, 새 교회, 새 수영장. 그렇게도 어려운 '처음'이 다 끝났네요. 이렇게 한 번 씩 처음을 넘어서면서 다음 처음은 더 수월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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