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말씀 묵상을 하려다 책상 위에 놓인 청년부 주보를 봤고, 주보에 실린 남편의 칼럼을 읽었다. 그리고 신명기를 읽고 기도하게 되었는데 신명기 말씀과 칼럼 말씀을 오가며 렉티오 디비나 하게 되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8년 함께 한 공동체를 떠나며 정리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들로 어지러운데 남편의 정직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나를 잠잠하게 한다.

제목 : 작별인사

아직 두어 주가 더 남았지만, 서둘러 작별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이 제가 마지막으로 설교하는 날인 까닭에, 굳이 다른 이야기하기가 어색했기에 그렇습니다. 마지막 설교라 생각하니, 목이 멥니다.

사임을 결정하기에 앞서 병든 사람처럼 고뇌는 깊고, 마음은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떠남의 명령이 거부할 수 없는 부르심처럼 반복해서 제 귓가에 맴도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말씀 진정 하나님 뜻인지 많은 날 씨름하듯 기도한 끝에, 고향과 다름없는 15년간 섬겼던 사랑하는 한영공동체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목자들에게 그 결정 이야기하던 날은 제 생에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이어 낙엽이 쓸쓸이 지는 계절이 시작될 때면, 더 이상 여러분들은 강단 위에 서 있는 저를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여러분들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귀한 말씀을 나눌 수 있는 특권의 자리에서 여러분들과 교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음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깊고 오묘한 기가 막힌 계획을 믿기에, 저는 저를 보내시는 그분의 뜻을 신뢰합니다. 남는 여러분들을 통해 계속 이루어 가실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확고히 믿습니다.

막상 과거를 회고해 보니 아쉽고 후회 막심한 일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더 사랑하지 못함이, 더 기도하지 못함이, 더 다가가지 못함이, 더 믿음의 견고한 터 위에서, 예수께서 부르신 상을 좇아 함께 힘차게 교회건설을 이루지 못함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건 모두 제 부족 탓입니다. 그러나 약한 저를 택해 여러분들과 함께 지난 3년여간 TNT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게 하신 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김성수 목사님이 뿌리고, 조상우 목사님이 물을 주고, 김용태 목사님이 거름주고, 김승준 목사님이 가꾸었던, 아름다운 빛소금공동체에 저 역시 작은 흔적 남깁니다. 그러나 교회를 교회되게 하며, 아름다운 주님의 숲으로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만 바라며, 예수님만 좇으며, 성령님 안에서 하나되어 빛과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예수님 성품 닮아 내면으로부터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젊은이들 되시길 쉬임없이 기도하겠습니다. 그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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