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에게 콩나물 심부름을 시켰다. 보내놓고 일을 하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애가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다. 집 바로 앞이 가겐데. 무슨 일인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튀어 나갔는데, 헉헉 계단을 올라오는 아이와 마주쳤다. 영문인즉, 집 앞 작은 가게에 콩나물이 없어서 한참 멀리 있는 마트까지 갔다 온 것이다. 아줌마가 '얼마어치 줄까?' 해서 가진 돈 2000원 만큼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단다. 너무 많은 콩나물이 다 보이는 비닐에 들어 있어서 들고 오기가 창피했다며 부끄러운 웃음을 웃는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늦어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막 뛰었다면서 벌개진 볼을 하고 숨을 헐떡거렸다.

참 착하다
.


'나마스떼' 라는 인도의 인사가 있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 라는 뜻이란다. 타인에 대한, 존재에 경외심의 표현이다. '당신 안에 있는 신성을, 하나님의 성품을 내가 봅니다.' 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속에서부터 '나마스떼'를 외치는 때가 있다. 감동적이다. 예쁘다. 이런 표현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 안에 있는 놀라운 성품에 경이감을 느끼는 것이다. 콩나물 더미를 보면서 외쳤다.

 

나마스떼, 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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