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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도시락 묵상(김종필)

by larinari 2007. 7. 4.
아내가 도시락을 싸줬다. 도서관에 밥을 팔지 않기 때문에, 글구 돈도 절약할 겸, 아내에게 도시락을 요청했다. 흔쾌히 즐거운 표정(?)으로 도시락을 싸줬다. 도시락을 풀러보니, 반찬이 네 가지나 된다. 키위도 예쁘게 포개져있고, 따뜻한 녹차도 김이 모락모락 난다. 신혼 초, 기윤실에 다닐 때 모두를 깜짝 놀래켰던 치즈로 만든 하트와 그 위에 쓰여있는 편지는 없었지만, 락앤락 뚜껑을 여는 순간 아내의 사랑이 훈훈하게 번지는 걸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사역이다 뭐다 하면서 돈 버는 데는 전혀 재주가 없는 남편을 만나, 아내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느낌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으리라. 채윤, 현승도 아빠로부터 값비싼 선물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런 부실한 남편이자 아빠가, 또다시 신학교 들어간다고 일을 그만뒀다. 앞으로 최소 연말까지는 수입이 없다. 두 아이와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터진다.


     주께 내 맘을, 내 삶을 드리기로 작정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내 삶의 발자취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길이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난 진정 알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가정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다. "슬픔 대신 희락을, 재 되신 화관을..." 그렇게 이끄실 주님의 은혜를 마음 깊이 사모한다.


     "도시락"은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고, 지금껏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찬양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언약이다.

200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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