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까지는 아니라도 아주 많은 부분이 다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각자 책을 사랑하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니까 생각해보니 함께 다니기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함께 다니되 각자 읽고, 또 나란히 걷되 각자 걸을 수 있기에 독립적이지만 외롭지는 않은 시간이 된달까.

여행지에 가면 독립서점 찾는 일도 즐겁다. 내 알라딘의 알고리즘으로는 만날 수 없는 책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작은 서점들은 흔히 주인의 취향이 꽉꽉 채워져 있는데, 목포에서 만난 책방 주인은 미술에 조예가 있는 분인가 싶다. 고흐, 에곤 쉴레에 마음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살 책이 있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웬걸.  내 알리딘 알고리즘 밖의 좋은 책들이 한둘이 아니고. 에릭 프롬의 미발간 작품집을 만나서 여행 내내 맛있게 읽었다. 취향이 뚜렷한, 취향에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참 좋아 보인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과 교차할 때 예기치 못한 책을 만나고 기쁨을 만난다. 자기로 사는 것이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아침에 서점에 들러 산 책을 가방에 넣고 하루 종일 걷는데, 등 뒤 가방에서 아우성이 들렸다. 읽어줘, 읽어줘, 나 좀 읽어줘. 춥고 어스름한 저녁 시간에 들어간 카페도 꾸민 이의 정체성을 바로 알겠는 멋진 곳이었다. 구석구석 테이블과 의자 배치며 장식들이 정성스러워서 앉고 싶은 자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읽고 읽고 또 읽을 삶을 돕고 격려하는, 자기로 사는 이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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