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이우 인생의 빛 학교"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오는 육아 세미나는 생애 주기에 맞춰 '아침 햇살 학교'라 칭하는데, 2월에는 영화 <늑대 아이>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에게 온 아이들은 모두 늑대 아이이다. 사람인 내가 사람과 결혼한 줄 알았는데, 나와 본성이 완전히 다른 늑대였다는 발견과 함께 내가 낳은 아이도 반은 늑대라는 현타가 부부생활 부모생활의 시작인지 모르겠다. 늑대 남편은 죽고 혼자 남아 두 늑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 '하나(일본말로는 '꽃'이라는데)'가 인상적인데. 엄마 됨과 아빠 됨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하나처럼 각자 걷는 '하나의 길'인지도 모른다. 육아 세미나 내내 하는 말은 '왕도가 없다'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주일에는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을 쓰신 옥명호 대표 모시고 강의를 들었다. 강사 초대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쓴 '사랑스런 젊은 부부들'이란 표현을 그대로 따서 ppt 첫 화면에 '이우교회 사랑스런 젊은 부부 특강'이라고 써주셔서 내 마음이 심쿵했다. 부모교육 강사가 주로 여성이라, 늑대아이를 키우는 아빠 이야기 들어볼 기회가 전무하다. 책, 독서, 책 읽어주기...는 아이 잘 키우고 싶은 부모에겐 솔깃하는 주제라. 그걸 낚싯밥 삼아 '사랑스런 젊은 부부들에게 '적당히 뽐뿌질 하면서 강의를 기다렸다. 삶의 소중한 것들에는 전문가가 없고, 전문가가 필요치도 않다. 이렇게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는 한 발 앞선 선배들이 있어야 한다. 삶도 신앙도, 우리에겐 자기 삶을 사는 이들이 필요하다. 이미 들어본 강의인데 다시 들어도 좋았고, 마치고 단톡방에 올려준 후기들 보니 뿌듯하고 보람이 차오른다. 이러니 사랑스런 사람들이지. 이들의 후기를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강의 어떻게 들었는지도 궁금해요. 사실 저는 '책 읽어주는'이 아니라 '아빠가'에 방점을 찍고 강사님을 초대했어요. 솔까말 누가 저 옥아빠님처럼 할 수 있겠어요? 그러나 야근야근야근.... 하는 삶 속에서 '아빠 됨'의 고민을 놓지 않고, 나는 받아보지 못한 '아빠와의 친밀감'을 내 아이에겐 남겨주고 싶은 열망과 시도들이 제게는 큰 울림을 줘요. 무엇보다 세상의 가치와 하나님 나라의 가치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꾸준히 쌓아가는 성실한 사랑을 배우고 싶고요. 한주간 여러분의 일상, 육아의 삶 속에 우리 주님이 주시는 깊은 평화가 함께 하길 기도해요. 파이팅!❞

 

라고 내가 단톡방에 썼더니 이후 줄줄 올라온 후기.

❝사모님 덕분에 너무 좋은 강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오면서 남편과 여러 얘기 할 수 있어서 더 좋았구요. 감사합니당 모두 이번주도 힘내세용💕❞

❝성실한 사랑! 저도 그 꾸준함이 정말 대단하시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사님 얘기하실때 신랑 무릎 친 사람 저예요.. ㅎ) 좋은 강의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어제 강의 넘 좋았어요~~ 교회 다녀오면 피곤한 날도 있는데 어젠 동윤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넘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린시절 얘기도 남편과 나누고( 울아빠 디스였지만) 자기전 책 읽어주는 시간도 좀더 생동감있게 좀 글밥 긴걸로 읽어주니 또 읽어달라는 말에 감동 받았어요~~( 글밥 긴건 힘들어서 잘 안 읽어줬었는데…) 어제 밤에는 남편과 여행사진 사진첩 주문하기도 했어요~~ 성실한 사랑 노력해야겠어요^^❞

❝다 너무 공감돼요~ 저는 어렸을때 엄마랑 같이 독후감을 서로 편지처럼 썼었던 것도 생각나고 같이 책을 읽다가 낮잠을 잤던 것도 생각나면서 그런 노력이 엄마의 사랑이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남편도 어제 저녁에 책 읽어주는데 평소보다 더 하이톤으로, 더 오버해서 아주 잘 읽어주더라구요. ㅎㅎ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좋은 강의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가서 너무 피곤하긴했지만 ㅎㅎ 어제 강의 유익하고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은하도 자기전에 아빠가 책 읽어줄까 엄마가 책 읽어줄까 하니까 아빠! 하더라고요~ 저는 어린시절 아빠와 친밀하지 못했던 경험을 답습하지 않고, '책'이라는 매개를 스스로 찾아 적극적으로 소통한 용기가 너무 멋졌습니다! 그런 부모가 되도록 평생 노력해야겠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일단 좀 독해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밖에서 몸과 마음의 체력을 다 소진하고 집에 오면 물렁물렁해져 있기 십상이어서 아내가 특히 볼멘소리를 많이 하곤 하는데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정한 철칙이나 약속은 예외없이 지킬 줄 아는 독한 아빠, 독한 남편이 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강의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윤이가 책 재밌다고 한번 더 읽어달라고 하는데 그게 참 사랑스럽더라구요. 이런 아이가 우리한테 와서 감사하고. 같은 잠들기 전 시간인데도 언제 잠드나..가 아닌 책읽어주는 시간이다라고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어젠 제 마음도 풍요로워진 날이었습니다.❞

❝어제 꽤 글밥있는 이야기 책을 읽어주었는데 은하가 생각보다 집중을 잘하더라구요. 앞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읽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하나의 좋은 수단이고 궁극적으로는 밀도있게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라는 말도 마음에 새겼습니다.
아울러,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건 비단 아이 뿐만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해당하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부쩍 책읽기를 즐기게 된 아내와 같이 저도 함께 읽기에 동참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구요.
강사님 책 서문에 남자목소리가 중저음이기에 책읽어주는건 오히려 아빠에게 제격이라고 써있는데, 제 아내는 목소리가 저음이라 우리부부는 책읽어주기에 참 유리하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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