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하루가 다르게 텅 비어 가는 나무 사이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텅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경이롭다. 잎이 없는 나무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젊은 시절을 보냈는데, 그러고 있는 나를 알게 되었고 이유도 알았다. 그리고... 슬픔도 두려움도 없이 텅 비어 뻗은 가지를 바라볼 수 있다. 심지어 경이롭게. 눈을 떼지 않고, 뒷목이 뻣뻣해질 만큼 오래오래.
이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자꾸 이 가사가 입에 맴돌아 찾아보았다. 이문세의 <시를 위한 시>일 거라 생각했는데 <옛사랑>이었다. 그리운 것을 그리운 대로 둘 수 있는 여유가 생겼는데. 그리운 것이 새롭게 생겨나서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그대로 둬"지지가 않는다. 그리운 것 그 너머, 그리운 모든 것들 너머, 영혼의 바닥부터 그리운 그분인가.
이제 나목의 아름다움에 눈 맞추고 볼 수 있지만, 다시 새롭게 그리운 것들은 어쩔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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