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선물이지! 크리스마스는 선물의 시간이다.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교환"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올해에는 연구소 5주년 특강에 마치고 [상처 입은 치유자 과정] 1, 2, 3기 선생님들 송년 모임에서 선물교환을 도모했다. 연결이 끈끈해진 선생님 몇 분에게 진행을 일임을 했더니 사랑과 센스가 반짝반짝 빛나는 선물교환을 기획해 주었다. 모든 선물은 "연결"이었다. 올 한해, 홀로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연결이었다. 선물은 가지각색이지만 뜻은 오직 연결! 별 걸 다 '연결'로 연결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이 사랑스러운 "상처 입은 치유자"들을 어쩔 것인가!
 

 

선물의 맛은 서프라이즈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것이 갑자기 들이닥칠 때,  선물의 선물다움은 빛을 발한다. 작년 12월 마지막 날에 보이스톡으로 전화가 한 통 왔고. 그 전화는 작년 2022년 통틀어 가장 반가운 선물이었다. 잘 지내고 있다는... 일도 하고 있다는 그 말 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고맙다는, 정말 과분한 말도 들었다. 전화를 끊고 그 편안한 목소리에 한참 눈물이 났다. 나라면 잘 지낼 수 있을까? 어쩌면 잘 지낼 수밖에 없는 사람일지 모른다. 무한 '피해자'가 아니라 '살아 남은 자,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러 왔고, 그보다 솔직하고 굳건할 수 없는 글을 써냈으니 결국 잘 지낼 사람이었을 것이다. 처음 만남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별칭을 '반짝이'라고 지었었다. 자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그런 이름을 지었다. 목회자 성폭력 생존자 글쓰기 1기였는데. 모임을 동반하는 나도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었다. 그 긴장된 첫 모임에서 반짝이가 우리를 웃겼다 울렸다 그랬었다. 맞다. 결국 잘 지낼 사람이었다. 벌써부터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어둠이 그를 둘러쌌으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었다. 반짝이가 카카오톡으로 김을 보내왔다. 맨 김 참 좋아하는데.... 굽고 자르다 보면 가스레인지 주변이 난리가 나니까 아예 먹을 생각을 안 하는데. 구워서 딱 잘라진 김을 보내와서 간편하게 먹고 있다. "작가님 식사준비 편하게 하셨으면..."이라고. 작년 편안해진 목소리처럼 다시 눈물 나는 고마움이다. 누군가의 식사준비, 누군가의 일상을 챙기는 여유는 자기를 돌보고 지키는 내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중한 사람, 소중한 선물, 반짝이를 어쩔 것인가!
 
만남도 그렇다. 좋은 만남은 선물처럼 오고, 선물의 맛처럼 서프라이즈로 온다. 대학원 종강피정이 있었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긴 했는데, 논문발표 명목으로 참석했다. 타과로 진학하여 박사논문 쓴 선배 한 분이 먼저 발표를 했다. 논문 주제나 내용과 상관없이 "저 사람 좋은 사람이네" 감이 왔다. 논문이 아니라 논문 쓴 사람의 마음이 느껴졌달까. (아니! 논문에서 마음이 느껴져서야 되겠는가?) 내게 좋은 사람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으니, 이유 불문 내가 느끼는 '좋은 감각'을 거침없이 지지하는 편이다. 이런 감각이 소중하고 신비인 것이,  내 논문발표 이후 이분은 또 "눈물이 났다"는 평을 내놓는 것 아닌가? (이게 논문을 사이에 두고 오고 갈 말이고 감정인가?) 선물 같은 만남이 되었고, 모든 순서 마치고 새벽 2시에 숙소로 함께 걷는 길에 믿을 수 없는 하늘을 보았다.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정말 별이... 그 짧은 순간 "실은 오늘 저희 아버지 42주기 추도식이에요."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꼭 하고 싶었던 그 말을 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그 산속에 아침부터 문을 연 베이커리 카페가 동화처럼 서 있어서 깜짝 모닝커피도 했다. 괜한 끌림이 아니라, 기도하며 쓴 논문인 것을 서로 알아본 것이다. 집에 돌아와 책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보내주신 책 안쪽에 "반짝반짝"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다. 이 신비로운, 반짝이는 만남을 어쩔 것인가!
  

 

자신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모르는 이들이 반짝반짝 누군가의 삶에 침투한다. 침투하여 생명을 불러일으킨다. 자기를 인식하지 못한 어둠이 자기와 자기 사람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처럼... 2023년 성탄절, 예기치 못한 반짝임이 선물로 왔다. 크리스마스는 선물이다! 창조주가 피조물이 되어 선물로 왔다.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 전무후무한 선물이다. 
 
손수 만든 피조물인 사람을 얻고 싶어서,
사람이 되어버린!
신의 영광을 버리고 신의 광휘를 버리고...
신적인 반짝임을 모르기로 작정하고!!

오늘 말씀 묵상 본문이다. "창조된 것은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니, 어둠이 그 빛을 이기지 못하였다."(요 1:3-5) 반짝이는 존재들이 자기 반짝임을 모르는 것처럼, 어둠은 제 어둠을 모른다. 자기를 모르는 어둠들은 필연 확신을 장착하고 빛을 거부한다. 밤하늘은 그래서 더욱 어두워진다. 하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 하늘이 까맣고 어두울수록 별빛은 더욱 빛나 동방의 세 사람을 베들레헴으로 인도하니...
 
이 성탄의 신비를, 이 선물을 어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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