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 MBTI_2

 

 

안녕? Jung 쌤이야. 내 유형 기억나? 지난 호 첫 만남에 유형 먼저 밝히고 시작했었는데. 교회 청년부에서 처음으로 MBTI 검사를 했던 때가 생각나네. INFP가 나왔어. 정말 내 유형 같았어. 어쩌면 이렇게 나를 잘 설명하지 싶었고. 그런데 친구가 그러는 거야. “네가 어째서 내향형이야? 넌 E야!” 이 말에 어찌나 화가 나고 흥분이 되는지.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검사결과도 그렇고, 유형 설명을 읽어봐도 나는 확실히! I였거든. 문제는 I이면 I였지, E라는 말 한마디에 뭐 그렇게 분노 버튼이 눌리고 그러냐는 거지.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 며칠 동안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적이 있어. 친구들이 “무슨 일이 있냐”며 걱정하고 묻고 또 묻고 그랬지. 그럴수록 미소 한 번 지어주고 입을 떼지 않았어. 작심을 했거든. 말을 줄이자, 말을 하지 말자. 일기 쓰고 기도하며 하루를 돌아보는데 내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거야. 불필요한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고. “아까 그 말을 왜 했을까? 바보!” 밤마다 이불킥이었지. 말없이 조용한 친구들이 참 멋있고, 심지어 성숙해 보였어. 그래서 결심했지. 나도 앞으로 말을 줄이고 진중한 모습을 보이자! 음... 하지만 며칠 못 갔다는 거! 나는 실은 빼박 외향형 맞거든.
 
MBTI에서 하는 외향형에 대한 설명이 “가볍고 피상적이다”로 들렸어. 또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다는 것은 주장이 강하다는 뜻으로 이해가 됐고. 그런 사람은 미성숙하거나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친구가 하는 “너 외향형이잖아.”라는 말이 “너는 가볍고 피상적이고 이기적이야”라고 자동 번역되어 들렸던 것 같아. 이기적인 건 나쁜 거니까. 외향적이란 말이 심지어 “나쁜 성격이다.”라고 들린 거지. Jung 쌤의 이런 경험에는 많은 오류들이 있어. MBT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자아상까지 더해져 흥분 ‘씩이나’ 하게 된 거야.
 
일단 말이 많으면 외향, 말이 없으면 내향이다?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본질적인 설명이 아니야. 외향과 내향은 에너지의 방향으로 이해해야 해. 정신의 에너지를 쓰거나 채우는 방향이야. 외향형은 그 정신 에너지를 주로 자기 밖을 향해(‘객체’라고도 해) 쓰지. 내향형의 정신 에너지는 자기 자신(‘주체’)을 향해. 예를 들어,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한 날이라고 쳐. 몸살 기운도 좀 있어. 이불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 마음먹고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불러. 단톡에서 와글와글 난리야. 어디서 모여 있으니 나오라고. 없는 기운 끌어올려 나갔어. 가서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고 떠들다 보니 언제 아팠냐는 듯, 몸살 기운 싹 다 달아나고 에너지 빵빵하게 충전된 느낌 받는 사람, 손? 외향형들이 정신의 에너지를 받는 방식이야. 밖을 향해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동시에 충전하게 되는 거지.
 
반면 내향형들은 비축해서 충전해. 자연스레 안으로 향하게 되지. 딱히 피곤하거나 지친 몸도 아닌데, 심지어 꽤 괜찮은 상태였다고 쳐. 많은 사람 모인 곳에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배터리가 방전되는 느낌이 드는 거야. 와글와글 얘기하는 사이에 앉아 있기만 해도 기가 빨려 나가. 내향형의 정신 에너지 역동이지. 혼자만의 시간, 멍 때리는 시간이 내향형에게는 충전하는 시간일 거야. 내장형 배터리지. 그러면, 사람 만나는 걸 힘들어하면 내향형일까? 그건 아니야. 내향형도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할 수 있지. 그런데 어쨌든 자기 밖으로 향할 때 외향형보다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들 거라는 거지. 당연히 외향형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할 수 있고. 본질은 에너지의 방향이야.
 
E들은 말을 하면서 에너지도 받고 생각도 정리하고 그래. 내향형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서 한참을 머금고 있어야 말이든 뭐든 조금 나오고 말이야. 거기서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내향들은 가만히 있는 침묵의 공간이 편하고. 반대로 외향형은 말 없는 시간 그 자체가 어렵지. 침묵이 불편해서 아무 말 던지다 실수도 막 던지고. 내향형은 ‘가만히 있음’이 자기 에너지 레벨에 충실한 것이지만, 오해를 유발하기도 해. 함께 있는 사람은 “쟤는 왜 물어보면 답을 안 해? 삐졌나? 내게 관심이 없나?” 할 수 있겠지. 내 유형에 충실할 뿐인데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거든. 사실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야.
 
Jung 쌤이 처음 MBTI 검사에서 내향형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 “너 E 아냐?” 하는 말에 분노 버튼이 눌렸던 것을 잘 봐봐. 성격의 어떤 부분을 ‘좋다, 나쁘다’로 보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지. 나의 진짜 유형(true type)을 알고 E를 받아들였을 때, 큰 자유를 얻었어. 아, 나는 말을 해야, 마음 맞는 친구들과 떠들고 웃고 할 때 살아있는 것 같지! 이게 나쁜 게 아니구나. 자연스러운 성격이구나! 억지로 말을 참아서 I 흉내 낼 일이 아니구나! 외향형인 나를 받아들이니 내향형 친구들이 있는 그대로 보이더라고. 말없이 가만히 있는 모습에 “뭐가 불편한가?” 괜히 눈치 보는 일도 덜 하게 되고 말이야. 이렇게 내 진짜 유형을 찾고 받아들이면 자유가 생겨. 나를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좋아하면 다른 사람도 훨씬 쉽게 수용할 수 있거든. 그래서 말인데, 너는 어때? E야, I야?
 

 

 

<청소년매일성경> 3,4 월호 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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